형제복지원·n번방… 민생법안 ‘남은 숙제’ 처리한 20대 국회

입력 2020-05-21 04:03
문희상(가운데) 국회의장이 20일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 및 초선 당선인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박수치고 있다. 문 의장은 초선 당선인들에게 “여와 야를 떠나, 보수와 진보를 떠나 (우리는) 하나의 동지”라며 “초심을 잃지 말라”고 당부했다. 권현구 기자

20대 국회가 20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과거사법,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 133건을 처리하며 남은 숙제를 마무리했다. 이날 법안 통과로 형제복지원 사건 등 과거사 재조사의 길이 열렸고, 예술인들도 고용보험법 적용을 받게 됐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안은 20대 국회의 임기는 오는 29일 종료되지만, 이날 본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개회를 선언하며 “더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왜 없겠느냐. 20대 국회의 경험이 대한민국을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여야 의원들은 잔여 법안을 포함한 총 141건의 안건을 2시간40분 만에 쾌속 처리하며 4년간의 의정활동을 마무리했다.

최근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의 국회 농성으로 관심을 끌었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 개정안이 끝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재석 171인 중 찬성 162인, 반대 1인, 기권 8인으로 통과됐다. 과거사법은 일제강점기부터 권위주의 통치 시기 공권력이 개입된 인권유린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2005년 제정됐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2010년 활동이 종료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재가동된다. 법 시행일로부터 2년간 진실규명을 신청할 수 있고, 위원회는 3년간 조사할 수 있다. 1년 범위 안에서 조사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다만 피해에 대한 배·보상을 강구하도록 하는 내용은 빠졌다.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법안 통과 소식을 기다리던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법 개정을 주도한 미래통합당 김무성,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 등이 나오자 큰절을 하고 끌어안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 예술인을 포함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이제 예술인과 용역계약을 맺는 사업주는 고용보험 가입 신고를 해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게 된다. 해고를 당한 예술인은 실업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텔레그램 n번방 방지법 후속 법안도 처리됐다. 이날 통과된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는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사업자에 디지털 성범죄물을 삭제할 의무를 지우는 내용이 담겼다.

세월호 참사 때 구조 작업을 하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김관홍 잠수사의 이름을 딴 ‘김관홍법’도 4년 만에 통과됐다. 이 법은 세월호 참사 구조·수습 활동에 나섰다가 숨지거나 다친 민간 잠수사와 그의 유족도 보상 대상으로 규정했다.

이날 본회의 후반부로 갈수록 자리를 비우는 의원이 많아져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재투표를 하는 상황이 두 차례나 벌어졌다. 회의를 진행하던 이주영 부의장이 안내방송을 하고서야 밖에 있던 의원들이 우르르 들어와 투표했다. 일부 의원들은 연단을 배경으로 마지막 기념사진을 함께 찍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가현 김이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