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0.2%로 전망한 것은 다소 예상 밖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미 1분기에 성장률이 -1.4%로 후퇴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2분기 때 최고조에 달할 것이어서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실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은 -1.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5%,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0.1% 등을 내놨다. 국내 한국경제연구원의 전망치(-2.3%)는 외국보다 더 안 좋다.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이들 기관과 달리 올해 한국 경제 전망을 나름 긍정적으로 제시한 것은 코로나 진정에 따른 내수 반등과 나랏돈 투입 효과 등을 고려한 것이다.
우선 KDI는 코로나19가 하반기에 진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봤다. 최근 간헐적인 지역감염이 나타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5월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사람들의 소비가 점차 살아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추세가 하반기에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국외 또한 여름 이후부터 경제 활동이 재개된다고 바라봤다. 미국도 경제 정상화 시기를 계속 엿보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지난주 회원국에 국경 통제를 단계적으로 풀라고 권고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포함한 정부의 재정 투입도 성장세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KDI는 설명했다. KDI는 올해 한국 경제가 성장한다면 대부분 정부 도움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민간의 성장 기여도는 ‘마이너스’라고 예측했다. 1차 추가경정예산과 재난지원금(2차 추경)이 성장률을 0.5% 포인트 밀어 올린다. 정부는 내달 초 3차 추경도 계획 중이다. 정부의 재정이 민간 부문의 부진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물론 역성장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국내외 코로나19 2차 감염이 확산되고, 전 세계 경제봉쇄가 재차 강화되면 수출 타격이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코로나 확산 여부에 따라 최고 1.1%에서 최저 -1.6%까지 전망 스펙트럼이 넓은 편이다.
정작 KDI가 고민하는 것은 성장률의 플러스 마이너스 여부가 아닌 재정건전성이다. 정부가 돈 풀기로 성장률을 조금이나마 끌어올린다 하더라도 나중에 살림을 꾸려가는데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KDI는 증세, 통화정책의 적극적 역할 등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는 증세는 정치권에서 언급하기를 꺼리는 주제다. 당장 표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지 수요가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를 더욱 모르쇠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증세 추진 외에 단기적으로 “통화 당국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에 가까운 수준으로 인하하고 국채 매입 등 양적 완화 조치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부채를 늘리지 않는 대신 세입과 세출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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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전슬기 이종선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