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리얼돌 사건’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프로축구 K리그1 구단 FC 서울이 이번 일로 인해 홈경기장인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쫓겨날 수도 있게 됐다. 2004년 이래 17년째 서울의 안방 역할을 하면서 K리그 최다관중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구단의 역사가 담긴 곳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시 산하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제가 된 팻말과 머리띠 등이 광고물에 해당하는지 법적 자문을 구할 예정”이라면서 “판단에 따라 앞으로 서울 구단의 경기 사용허가를 취소할지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칫 시즌 도중에 홈경기장 사용을 금지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문제가 되는 건 광고물 신고절차다. 공단에 따르면 절차상 서울은 경기 전에 경기장 관리운영주체인 공단에 경기장 사용허가를 받으면서 상업광고의 내용과 수량을 사전에 제출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잔디 옆 보드 광고나 전광판 광고가 여기 해당한다. 무단으로 업체가 광고를 노출했더라도 신고주체가 서울 구단이기 때문에 책임은 구단이 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리얼돌 업체명이 들어간 팻말이나 머리띠가 광고물에 해당한다고 판단 받을 가능성은 상당하다. 공단 관계자는 “일단 내부적으로는 (문제가 된 팻말과 머리띠를) 신고하지 않은 광고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치하기 전에) 선결적으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광고물 여부 판단 뒤 사용허가 조건에 위배되는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된 업체 ‘달콤’ 측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업체와 제품명이 들어간 해당 팻말 등을 잠시 설치한 뒤 사진을 촬영하고 나서 철거하려다 실수로 일부를 남긴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역시 문제가 되는 건 마찬가지다. 공단 관계자는 “경기장 관중석이 들어간 사진을 찍었다고 해도 불법광고물 설치한 건 같으니 당연히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서울 구단뿐만 아니라 K리그 전체적으로도 상징적인 장소다.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단일 경기 최다 관중 신기록과 리그 정규시즌 최다 평균관중 기록, 시즌 최다 총관중 기록 등 서울 구단과 함께 K리그 역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겨왔다. 서울에게 전국 관중 동원 수위를 다투는 인기구단 자리를 안겨준 곳이다.
물론 현실을 고려한다면 이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공단 관계자는 “사용금지 조치는 최악의 상황을 말한 것”이라면서 “그렇게 된다면 축구장에서 축구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공단은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벌어지지 않도록 구체적인 처벌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이 19일 업체 측을 경찰에 고소하며 논란은 법적 공방으로 비화됐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0일 “GS스포츠에서 마네킹 업체를 고소한 사건을 접수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마네킹 업체는 부당이득, 사기,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은 입장문에서 “진상 조사를 위해 수사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업체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리얼 마네킹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 서울과 사전에 공유한 증거가 있다”며 반발했다.
서울은 이날 열린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상벌위원회에서 K리그의 명예를 실추시켰단 이유로 제재금 1억원이란 중징계를 받았다. 업체와 서울을 연결시켜준 연맹 직원도 3개월 감봉 처분을 받았다.
조효석 이동환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