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먼저” “일터 먼저”… 대화가 더 필요해

입력 2020-05-21 04:04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 ‘노사정 대표자 회의’ 참석자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회의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기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정 총리,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현규 기자

양대 노총과 경영계, 정부가 참여하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22년 만에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고용유지 해법을 놓고 노사 간 입장이 팽팽하게 갈리며 앞으로의 험로를 예고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첫 회의가 20일 오후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총리공관에서 열렸다. 정 총리는 “1998년과 2009년 한 달 정도 집중 논의해 합의를 한 경험이 있다”면서 “최대한 빨리 뜻을 모은다는 목표 아래 비상한 각오로 논의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밖에서 열리는 첫 노사정 대화다. 양대 노총을 포함한 노사정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가 위기 극복을 논의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노사정위원회 출범 때 이후 무려 22년 만이다.

노사정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코로나19로 국내에서 고용충격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전년 대비 47만6000명 감소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9년 2월(65만8000명 감소)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코로나19로 동시에 직격탄을 맞은 노동계와 경영계는 ‘일자리’와 ‘일터’를 유지해야 한다는 큰 틀에서는 공감했지만, 순서와 해법은 달랐다. 노동계는 ‘해고금지’ ‘사회안전망 확대’ 등을 요구했다. 경영계는 고용유지 반대급부로 노동계가 임금인상 부분을 양보해야 한다고 맞섰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해고금지와 사회안전망 확대는 경제 주체들이 대화를 통해 반드시 지켜야 한다”면서 “고용을 유지하고 해고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도 “노동자에 대한 직접 재원을 확대하고 지원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중소기업·대기업 할 것 없이 모두 어렵다”면서 “고용유지 비용 감당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임금 대타협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부도를 막는 조치’가 전제돼야 사회안전망에 대한 합의를 이룰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노동계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용·일자리를 유지하고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용시장 사각지대에 방치된 노동자 보호가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도 “위기 국면에서 함께 머리를 맞댈 과제는 국민의 일자리, 일터를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이번 대화를 발판으로 사회적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일각에선 노사 양측 각론을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원론적 수준에서 대화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노사정은 이번 주부터 실무협의를 시작해 쟁점이 해소가 안 될 경우 장차관급으로 논의 주체를 격상할 예정이다.

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