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립 차관 “확진 후 입원 대기 중 사망, 가슴 후벼파”

입력 2020-05-21 04:01 수정 2020-05-21 04:01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차관은 이날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설명했다. 연합뉴스

지난 120일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맞서 온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이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병원에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집에 있다가 돌아가신 분들이 생길 때가 제일 마음이 상하고 안타까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브리핑에서 ‘정부의 대책이 뭐냐’는 기자 질문을 받았을 때 가슴을 후벼파는 느낌이 들었다”며 “자괴감도 많이 들고 힘들었던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대구·경북 지역은 감염이 확산될 당시 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병상 부족 문제가 심했다. 중증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고도 입원 대기 중 자택에서 사망하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경증 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를 마련해 중증 환자가 곧바로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체계를 개편했다. 김 차관은 “생활치료센터 도입을 위해 전문가들과 협의하는 과정을 더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지역의 정서를 보듬는 데 시간이 들어서 늦어졌던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0일간 살면서 안 해본 경험을 많이했다”며 웃었다. 중국 우한 교민을 위해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임시생활시설을 마련했을 때 그는 반대하는 주민들이 던진 물병을 맞기도 했다. 김 차관은 “우리가 싸우는 건 바이러스겠으나 초반에는 모르는 감염병이라는 공포와의 전쟁이었다”고 되돌아봤다. 진천을 방문했을 때 김 차관은 입고 있던 웃옷이 다 찢어져서 버렸다고 했다.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도 망가졌다.

감염병에 대한 국민의 공포감을 몸소 체험한 그는 이 일을 계기로 1일 1회 진행하던 브리핑을 1일 2회로 늘렸다. 김 차관은 “바이러스에 대해 과학으로 싸워야 하는 부분은 질병관리본부가 할 거고, 중수본과 복지부가 할 일은 국민의 막연한 불안감을 어떻게 하면 덜 공포스럽게 할 건가 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 대책을 주도하는 부처로서 다른 부처와 협의해 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김 차관은 “초반에 어느 도지사가 병상을 내줄 수 없다고 해서 서로 욕이 오갈 정도로 회의가 치열했다”며 “그때는 부처 간 역할 정립도 제대로 안 돼 복지부가 조율해야 해 굉장히 바빴다. 퇴근 후에도 휴대전화에 충전기를 연결해놓고 통화를 하는 상황이 새벽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생활 속 거리두기 전환을 두고 부처 간 이견이 많았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300여명의 중대본 직원들도 점점 지쳐갔다. 김 차관은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게 먹는 것밖에 없어서 운영지원과에 아침을 잘 대접하고 간식을 잘 챙겨주라고 얘기했다”며 “최근 아이스크림을 주자 직원들이 ‘여름까지 일해야 합니까’라고 묻기에 속으로 ‘여름까지만 하고 끝나면 다행이지’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김 차관은 전날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 지역 집행이사로 임명됐다. 그는 “이웃 국가의 질병 안전성은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며 “회원국과 연대를 통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