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쓴 책을 내고 싶다면 저는 1인 출판사를 추천하고 싶어요. 기존 출판사 투고나 기획출판의 벽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인데요. 이 방법을 이용하면 비교적 쉽게 내 책을 낼 수 있고…”
‘책 만드는 방법’을 주제로 한 유튜브 영상 속 대목이다. 어느덧 ‘1인 출판’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온라인상에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내 책 만들기’ ‘나의 첫 번째 책 쓰기’ 등을 주제로 한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작가의 나이, 직업은 중요하지 않다.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특정 전문 분야까지 이야기의 범위에도 한계가 없다.
죽기 전 하고 싶은 것을 정리해 적는 버킷리스트. ‘내 이름으로 책 내기’는 ‘세계 일주’, ‘악기 연주’만큼이나 버킷리스트에서 자주 거론되는 목록이다. 그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남기고 싶은 이가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KPIPA)의 2019년 상반기 ‘출판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신간도서 발행량은 2016년 7만5727개, 2017년 8만130개, 2018년 8만1890개로 계속 증가했다. 연간 1종에서 5종의 책을 만드는 출판사 역시 2016년 4938곳, 2017년 5397곳, 2018년 5628곳으로 매년 늘어왔다. 발행종수는 출판사의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1∼5종 같이 소량의 책을 만들어 내는 출판사는 대부분 1인 출판의 형태를 띤다. 즉 1인 출판사를 통해 나오는 책이 큰 폭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작가의 꿈을 꿔왔던 직장인 성모(33·여)씨는 최근 독립출판사를 통한 출간을 준비 중이다. 그는 “처음에는 유명 출판사들의 도움을 받고 싶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면서 “1인 출판을 이용해 먼저 책을 낸 지인들의 도움과 조언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책을 내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읽는 사람은 줄었다는 사실이다.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9 국민 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 종이책 연간 독서율은 52.1%, 독서량은 6.1권으로 2017년에 비해 각각 7.8%p, 2.2권 감소했다. 물론 디지털 환경에 따른 독서 플랫폼 전이도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자책 독서율은 성인 16.5%로 2017년보다 2.4%p 증가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독서율 감소 비교에 있어 유의미한 증가율로는 볼 수 없는 수치다.
말하는 사람은 늘고, 듣는 이는 줄어든 사회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 이호규 교수는 “자신의 책을 내는 사람은 본인의 철학과 생각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이라며 “유튜브 방송과도 맥락이 같다. 의사나 약사 등 어떤 분야의 전문가부터 어린이, 노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영상에 담아 다수에게 노출하지 않나. 내 책을 내는 행위 역시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요즘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인 생각이 강하고 남이 권유하는 것은 잘 수긍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늘었지만 읽지 않는 현상과 맥이 닿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민수미 쿠키뉴스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