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 만나게 한 4차산업 기술 핵심… 양극간 전해질이 고체, 전기차 성능 대폭 개선

입력 2020-05-25 17:4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최근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논의한 ‘전고체 배터리’에 산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세대 전지로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하는 전지다. 현재 사용 중인 리튬이온전지(Lithium-Ion Battery)와 비교해 대용량 배터리 구현이 가능하다.

양극과 음극 사이에 고체가 쓰이면서 두 개의 극이 만나 발화할 가능성이 없는 매우 안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분리막 역시 필요 없기에 배터리를 더욱 얇게 만들 수 있고, 손톱보다 작은 배터리 역시 제작할 수 있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한국 전고체 배터리 기술의 선두주자는 삼성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지난 3월 ‘전고체 전지’(All-Solid-State Battery)의 수명과 안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크기를 반으로 줄일 수 있는 원천기술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에 게재했다.

일반적으로 전고체 배터리에는 배터리 음극 소재로 ‘리튬금속’(Li-metal)이 사용된다. 그러나 리튬금속은 전고체 배터리의 수명과 안전성을 낮추는 ‘덴드라이트’(Dendrite)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기술적 난제가 있었다. 덴드라이트는 배터리를 충전할 때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는 리튬이 음극 표면에 적체되며 나타나는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체다. 결정체가 배터리의 분리막을 훼손해 수명과 안전성이 낮아진다.

삼성전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고체 전지 음극에 5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두께의 은-탄소 나노입자 복합층(Ag-C nanocomposite layer)을 적용한 ‘석출형 리튬음극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이 기술은 전고체전지의 안전성과 수명을 증가시키고, 기존보다 배터리 음극 두께를 얇게 만든다. 이를 통해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리튬이온전지 대비 크기를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기술 적용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 1회 충전에 800㎞ 주행과 1000회 이상 재충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종합기술원 임동민 마스터는 “이번 연구는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혁신적으로 늘리는 핵심 원천기술”이라며 “전고체전지 소재와 양산 기술 연구를 통해 차세대 배터리 한계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의 장래도 밝다. 현재 나오는 수많은 무선 제품에 배터리가 탑재되기 때문에 전고체 배터리 응용 분야는 무한대다. 전기차 스마트폰 전동공구 전기자전거 드론 전동킥보드 등과 같은 소위 ‘신문물’들 역시 배터리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높은 안전성을 자랑하는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될 경우 미래 에너지 산업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상용화 확대에 따라 가정에서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통해 태양광 발전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전고체 배터리에 저장, 언제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이동 측면에서도 전기차와 차세대 교통수단인 에어택시, 전기 배 부문에서도 전기동력화가 진행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중권 쿠키뉴스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