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가 0.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상당수 국내외 기관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한 점에서 KDI의 전망은 상대적으로 후한 편이다. 코로나가 하반기부터 둔화되고 추가경정예산이 효과를 내면 ‘역성장’은 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재정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중장기 증세 등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DI는 20일 ‘2020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0.2%로 낮췄다. KDI는 코로나19로 민간소비와 수출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바라봤다. 민간소비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2.0% 감소할 전망이다. 총수출(물량 기준)은 -3.4% 급감하며, 내수 침체로 총수입(물량 기준) 또한 -3.8%를 나타낸다.
코로나19 타격으로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0명대’를 기록, 신규 일자리 수가 거의 늘지 않으리라고 봤다.
그럼에도 KDI가 플러스 성장을 예측하는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돈 풀기 때문이다. KDI는 11조7000억원 1차 추경과 14조3000억원 2차 추경(재난지원금)이 성장률을 약 0.5% 포인트 끌어 올릴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브리핑에서 “0.2% 성장을 예측했지만, 국내와 해외에 2차 감염이 발생하면 -1.6%까지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올해 회복세를 보이면 성장률이 1.1%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내년 한국 경제는 3.9%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KDI는 “최근 급격한 재정 적자 증가는 향후 재정건전성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국가채무 비율의 급격한 상승에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정 실장은 “중장기적으로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세출 증가 속도를 통제하고, 재정수입 보완을 위한 정책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인 증세 필요성을 제기했다. 당장은 어려워도 그동안 금기시된 증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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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