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학생 위해 내 팔 찔러 헌혈도…”

입력 2020-05-21 04:05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한 병원 간호사가 계엄군에 의해 부상당한 시민을 보살피고 있다. 이 사진은 간호사들의 증언집 ‘5·18의 기억과 역사10: 간호사편’에 실렸다. 5·18기념재단 제공

“병실이 부족해 매트리스를 복도에 깔고 총에 맞거나 대검에 찔린 시민·학생들을 밤낮없이 돌봤습니다. 싸늘한 시신을 상무관으로 옮길 때는….”(1980년 당시 광주기독병원 안성례 간호감독)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한 총상·자상 환자를 보살폈던 간호사들의 증언집 ‘5·18의 기억과 역사10 : 간호사편(사진)’이 21일 발간된다. 광주광역시간호사회와 5·18기념재단이 계엄군의 집단발포가 이뤄진 5월 21일에 맞춰 펴낸 책에는 응급환자들의 병상을 지켰던 간호사 10명의 생생한 증언이 수록됐다.


광주적십자병원 곽명자 소연석 안성례, 광주적십자병원 박미애 이추, 전남대병원 노은옥 손민자 이진숙, 조선대병원 나순옥 오경자씨 등 4개 병원 전직 간호사 10명의 목격담이다.

2010년과 2011년 광주간호사회가 정리한 ‘간호사들의 구술록’을 5·18 40주년을 맞아 수정·보완했다. 간호사들은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는 이들을 위해 스스로 헌혈까지 했던 일화 등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응급실, 감시·통제를 하던 계엄군·경찰과의 대화, 계엄군의 병원수색, 영안실 시신 관리, 일상의 복귀와 트라우마를 앓은 경험 등도 고스란히 담겼다. 간호사들은 “계엄군은 병원을 향해 총을 쏘고 간호사 임시 숙소에 무자비하게 들이닥치기도 했다”고 증언한다.

5·18기념재단은 ‘5·18기억과 역사 시리즈’를 10여년 이전부터 잇따라 발간 중이다. 2006년 1권 교육가 편을 시작으로 2권 사회운동가, 3권 농민운동가, 4권 공직자, 5권 천주교, 6권 사회활동가, 7권 기독교, 8권 불교·원불교, 9권 송백회 등이다.

광주=장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