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제로서 효과가 없을뿐더러 위험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안전하다고 변호하고 나섰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나는 이것(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추가적 수준의 안전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복용 여부는 개인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면서 “이 약은 훌륭한 평판을 받고 있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도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감염에 대비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1주일 넘게 매일 복용하고 있다고 밝혀 이 약을 둘러싼 논란에 불을 지폈다.
말라리아 치료제로 사용돼온 클로로퀸이 코로나바이러스 퇴치에 효능을 보인다는 주장은 15년 전 처음 제기됐다. 2005년 ‘바이러스학 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진은 이 약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사스와 코로나19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발병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치료제로 쓰려는 시도는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달 초 영국의학저널(BMJ)은 중국에서 진행된 임상시험 결과를 소개하며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효능을 보였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두 명의 환자에게서 심각한 수준의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저널은 프랑스의 연구 사례도 언급하며 “이 약을 복용해도 코로나19가 중증으로 발전할 확률이나 생존율이 유의미하게 달라지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다. FDA는 지난달 24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나 클로로퀸을 복용했을 때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있다”며 “의료진의 철저한 투약 지도하에서만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효과가 의심스러운 치료제를 연일 거론하는 것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초기 과정에서 FDA는 그들이 적합하다고 여기는 방식으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고 변호했다.
그러나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는 자신의 직감이 맞을 것으로 생각하고 약을 먹고 있다”면서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유권자들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