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TV 생산라인 印尼로… 구미 주민들은 허탈

입력 2020-05-21 04:04
LG전자 구미 올레드 TV 생산라인. LG전자 제공

LG전자가 경북 구미의 TV 생산라인 일부를 해외로 이전한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구미 지역에선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LG전자는 구미사업장 관련 인력 500여명을 구조조정 없이 전원 재배치한다.

LG전자는 이르면 올해 말 구미사업장의 TV 생산라인 6개 중 2개를 인도네시아로 이전한다고 20일 밝혔다. LG전자 구미사업장은 현재 올레드 TV, LCD TV, 컴퓨터용 모니터 등을 조립·생산하고 있다.

구미사업장 TV·사이니지 생산라인은 기존 6개에서 4개 라인으로 축소하고 월페이퍼(Wallpaper) 등 최상위 프리미엄 TV와 의료용 모니터를 전담 생산한다. 2개 라인을 연내 인도네시아 찌비뚱 공장으로 옮겨 인도네시아 공장을 아시아권 TV 거점 생산 기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는 인도네시아 찌비뚱 공장, 유럽은 폴란드 므와바 공장, 북미는 멕시코 레이노사·멕시칼리 공장이 LG전자 TV를 전담 공급한다.

LG전자는 TV 관련 직원 대다수를 같은 사업장 내 TV 생산라인과 태양광 모듈 생산라인에 배치한다. 또 일부 직원은 경기도 평택에 있는 LG디지털파크로 근무지를 옮기고, TV 관련 서비스와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긴다.

LG전자 측은 국내 생산지의 전략적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생산라인 해외 이전은 구미사업장을 글로벌 TV 생산의 ‘마더 팩토리(Mother Factory)’로 삼고 권역별 거점 생산 체제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TV 시장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기 때문에 생산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고, 물류비용이 덜 드는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LG전자는 지난해 평택사업장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 하이퐁으로 이전하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TV 라인 이전은 수년 전부터 검토한 사안”이라며 “관련 직원 처우는 노동조합과 충분히 협의해 지원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기업 ‘리쇼어링’ 혜택을 홍보하는 가운데 구미 지역에서는 LG전자 생산 라인 이전 소식에 착잡해하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지역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며 “구미 시민들의 심리적 허탈감이 매우 클 것 같다”고 했다. 지역 경제단체 관계자는 “회사 측이 근로자 전원을 전환 재배치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정부가 세금 혜택은 물론이고 열악한 물류 인프라 개선 등을 통해 기업이 지방에서 생산 활동을 하기 좋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주화 기자, 구미=김재산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