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신약주야!”… 코스닥, 코로나 지붕 뚫고 하이킥

입력 2020-05-21 00:22
KB국민은행 직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본사 스마트딜링룸에서 스크린에 표시된 코스닥 종가 그래프를 가리키고 있다. 이날 코스닥은 제조업종과 반도체, IT 업종 등이 선전하면서 전 거래일보다 1.78% 오른 708.76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이 700선을 넘은 것은 지난해 6월 26일(709.37) 이후 11개월 만이다. 뉴시스

코스닥 지수가 11개월 만에 700선을 돌파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뛰어넘었다. 형님 격인 코스피 지수가 아직 코로나19 직전 고점(2243.59)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동생인 코스닥이 먼저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로 제약·바이오 주와 정보기술(IT) 업종의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풍부한 부동 자금까지 몰린 덕분이라고 분석한다.

20일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40포인트 오른 708.76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이 700선 위로 올라선 건 지난해 6월 26일(709.37)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 쇼크에 휩싸였던 지난 3월 19일 428.35까지 떨어졌던 지수는 이후 꾸준히 반등하며 68.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38.2% 오르는 데 그쳤다. 이날 코스피는 0.46% 상승한 1989.64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과 코스피의 희비를 가른 건 외국인의 순매수였다. 개인투자자의 주식 매수 열기가 이어진 이달에도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2조999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반면 코스닥에선 25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사자’ 흐름을 나타냈다.

코스닥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제약·바이오와 IT 업종의 강세도 상승세를 주도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기업인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을 비롯해 코로나 진단키트 생산업체 씨젠 등은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주가가 2~3배 오른 상태다. 이른바 ‘언택트(비대면) 수혜주’로 꼽히는 게임·간편결제 등 IT 기업들의 주가도 실적 기대감으로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분기 코스닥 상장법인 가운데 비(非) IT 업종의 순이익은 9.72% 감소했다. 반면 IT 업종의 순이익은 2.6% 올랐다.

금융투자업계는 증시 주변을 맴도는 총 140조원 규모의 ‘여윳돈’이 중소형주 위주의 코스닥 상승세를 지속시킬 것으로 내다본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풍부한 유동성으로 중소형주가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대형주와 밀접하게 연관된 수출 증가율이 주춤한 탓에 중소형주의 상대적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9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42조원,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 잔액은 77억원에 달한다. 다만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 규모(252조원)가 작고 실적 대비 고평가된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이 큰 점은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