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간호사 4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빅5’ 병원에서 환자 또는 보호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은 있지만, 의료진이 확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방역 당국은 발생 장소가 대형병원이라는 점, 감염경로가 불분명하다는 점 등을 들어 엄중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홍역을 치렀던 삼성서울병원이 또다시 팬데믹급 감염병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9일 오전 긴급브리핑에서 “어제 오후 5시쯤 삼성서울병원측으로부터 흉부외과 수술실 간호사 1명이 확진됐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함께 수술에 참여했거나 식사 등을 같이한 의료인 262명, 환자 15명 등 밀접접촉자 277명 가운데 265명의 검사를 진행 중인데 방금 전 이 가운데 3명이 추가 확진됐다”고 밝혔다. 이어 “(추가 확진된 사람이) 모두 함께 근무한 간호사여서 추가확진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서울시는 즉시 신속대응반 18명을 구성해 확진자 동선 및 접촉자 파악, 감염경로 등 역학조사에 착수했다. 삼성서울병원은 확진자들이 근무한 본관 3층 수술장 전체를 폐쇄하고, 신규 입원 환자 접수도 중단했다.
가장 먼저 확진 판정을 받은 간호사의 감염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증상 발현일도 서울시는 16일, 병원은 17일로 각각 추정하는 등 혼선이 있어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접촉자 규모는 더 늘어날 개연성이 상당하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오후 브리핑에서 “현재 검사대상자는 623명으로 늘었다”며 “623명 가운데 (이미 추가로 확진된) 간호사 3명이 양성이고 음성은 347명이며 273명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외래진료 환자는 하루 평균 8500명~9700명 수준이며, 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도 8900여명에 이른다. 특히 일반병동에 암병원이 연결돼 있어 암환자 등 기저질환을 가진 중증 환자가 코로나19에 노출됐을 경우 더 위험해진다. 더구나 간호사는 의료진 중에서도 환자나 다른 의료진과의 접촉이 가장 빈번한 직업군으로, 확진 간호사들이 수술실 소속이어서 환자 감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들이 근무한 흉부외과 수술실이 음압상태여서 신속한 초기 대응으로 접촉자를 빨리 찾아낸다면 병원 전체로 전파될 가능성은 줄어들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사태 당시 확진자만 약 90명이 발생하며 전체 확진자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대국민 사과했으며, 1000억여원을 투입해 음압격리병실 확보 등 응급 진료시스템 혁신을 추진했다.
한편 경기도 용인 강남병원에서도 방사선사로 근무하는 26세 남성(안양시 거주)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 내 감염확산이 우려된다. 이 확진자는 서울 이태원을 방문한 뒤 확진된 군포 33번 환자를 포함해 친구·지인 등 5명과 지난 14∼15일 안양시 한 주점에서 술을 마시면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용인시는 강남병원을 동일 집단(코호트) 격리하고, 입원환자 174명과 병원 야간 근무자 39명의 이동 금지 등의 조치를 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