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리얼돌 논란’ FC서울 상벌위 회부 결정

입력 2020-05-20 04:05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 지난 17일 홈 구단 FC 서울 선수단의 응원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서울은 이날 무관중으로 진행된 하나원큐 K리그1 2020 광주 FC와의 경기에서 다른 관중석에 설치한 ‘리얼돌’ 인형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축구에서 벌어진 이른바 ‘리얼돌 사건’을 둘러싸고 국내 축구계가 대응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뒤 세계 축구계에서 드물게 모범적으로 리그를 재개했던 K리그의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이 미친 만큼 강경한 조치가 예상된다. 이번 사건 당사자인 FC 서울은 리그 상벌위원회에 회부된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서울 구단을 이르면 이번 주 중 상벌위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연맹 규정 중 명예 실추 규정, 마케팅 제한 규정 적용이 가능한지를 각각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상벌위가 열리면 대한축구협회(KFA) 상벌위원과 외부 변호사, 대학교수 등 상벌위원 7명이 서울 구단의 소명을 들은 뒤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

리그 명예 실추 규정을 위반할 시 구단에는 500만원 이상의 벌금이 징계로 부과된다.

하지만 음란 광고물을 제한한 마케팅 관련 규정은 뚜렷하게 징계 수위가 언급되어 있지 않다. 한국 프로축구 역사상 마케팅 제한 규정으로 징계가 내려진 사례는 아직 없다. 서울 구단이 징계 받는다면 첫 사례가 된다. 연맹 내부 책임자를 대상으로는 징계가 이뤄질 시 상벌위 회부가 아닌 내부 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구단도 리얼돌 업체를 대상으로 법적 절차를 검토 중이다. 서울 관계자는 이날 “구단 법무팀에서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업체 대표가 구단 측에 거짓말을 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자체 조사 결과 밝혀졌다”며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서울 구단 측은 사태 확산을 우려해 당분간 공식 입장문을 내지는 않을 분위기다.

서울 구단은 업체가 무단으로 업체·상품명이 들어간 팻말과 머리띠 등을 사용한 점부터 문제를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관계자는 “(규정상) K리그 관중석에 광고물을 설치하려면 구단은 물론 관리주체인 서울시설공단에 신고해야 한다”며 “전혀 그런 요구가 없었다. 자신들은 순수하다며 기부 형식으로 돕는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구단과 동석한 기자회견에서 “성인용품 업체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속인 점 역시 다분히 악의적이다.

서울 구단에 따르면 업체 측에서는 아직도 자신들의 인형이 성인용품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업체 대표는 1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리얼돌 제작 업체였으며 실제 10개 정도는 성인용품 용도로 제작된 리얼돌이 설치되기도 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 인형들조차 완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의 모습을 본딴 ‘리얼돌’일 뿐 성인용품인 ‘섹스돌’과는 다르며 성인용품으로 분류할 수도 없다는 궤변을 펼치고 있다.

연맹은 일단 징계와는 별개로 서울의 법적 조치를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연맹 관계자는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검토 중”이라면서 엄격한 규정 개정을 검토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필요성이 있어보인다. 취지에 동감한다”고 말했다.

연맹이 이날 밝힌 정황에 따르면 이 업체는 처음부터 업체와 제품 성격을 정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연맹 관계자는 “지난 4일 업체 대표가 다른 종목 스포츠단체 관계자와 함께 찾아와 ‘피규어’를 무관중 경기 관중석에 설치하면 좋지 않겠느냐 제안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 샘플이나 브로셔도, 명함도 없었다”면서 “제품들이 어떤 모습인지는 당일 경기장에서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