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차기 당대표에 바짝 다가가면서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던 나머지 후보군이 교통정리돼가는 분위기다. 우선 송영길 의원이 8월 전당대회에 이 위원장이 출마할 경우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위원장은 빠르면 이달 내에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송 의원은 19일 CBS라디오에 나와 “당의 신망을 받는 이 위원장의 여러 가지 결정이 존중돼야 한다”며 “조만간 이 위원장을 만나 같이 내용을 정리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도 “2주 전쯤 이 위원장을 만나 이 위원장이 출마할 경우 제가 당권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이달 안으로 만나 최종적으로 의견을 조율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송 의원은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 당권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송 의원으로서는 이 위원장과 같은 호남계라는 부담도 있다.
이 위원장은 전날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너무 오래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일이기 때문에 빨리 정리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원내대표 선거가 끝난 이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의원들과 식사를 하며 당 안팎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21일에는 비례대표 당선인 10여명과 만찬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당선인 전원 워크숍이 열리는 27일 전까지는 이 위원장이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우원식 의원은 “이 위원장이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출마를 가정하고 제 입장을 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당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사람과 의견을 나누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반면 홍영표 의원은 확고한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다. 홍 의원은 “주변 사람들과 상의하면서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이 위원장의 출마 여부에 따라 제 문제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제가 나가야 하면 나가는 것이지 이 위원장 출마와는 아무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홍 의원과 우 의원은 송 의원과 달리 당권 도전 경력이 없어 패배의 부담이 덜하다. 따라서 8월 전당대회에서 이 위원장에게 지더라도 당권 도전 경험을 통해 정치적 체급을 키워 내년 3월 전당대회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김부겸 의원도 당권 도전을 저울질하고 있다. 영남권 의원들이 김 의원의 출마를 적극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측근은 “대권에 도전할지, 당권을 들러서 갈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어느 방향으로든 결론을 내린 바는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광주에 머물며 대구의 지역감정을 비판하는 등 대국민 메시지를 내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이 대권으로 직행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당권 도전에 생각이 있었으면 이미 지금쯤 결론이 났을 것”이라며 “나머지 당권 주자들도 이 위원장의 불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 위원장 측근인 이개호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이 위원장과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당권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떤 결론이든 빠른 시일 내에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