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에 바짝 다가선 이낙연… 당권 주자들 교통정리 수순

입력 2020-05-20 04:02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이후 한국 농정 어떻게 해야 하나’ 세미나에 참석해 토론에 앞서 상의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차기 당대표에 바짝 다가가면서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던 나머지 후보군이 교통정리돼가는 분위기다. 우선 송영길 의원이 8월 전당대회에 이 위원장이 출마할 경우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위원장은 빠르면 이달 내에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송 의원은 19일 CBS라디오에 나와 “당의 신망을 받는 이 위원장의 여러 가지 결정이 존중돼야 한다”며 “조만간 이 위원장을 만나 같이 내용을 정리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도 “2주 전쯤 이 위원장을 만나 이 위원장이 출마할 경우 제가 당권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이달 안으로 만나 최종적으로 의견을 조율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송 의원은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 당권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송 의원으로서는 이 위원장과 같은 호남계라는 부담도 있다.

이 위원장은 전날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너무 오래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일이기 때문에 빨리 정리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원내대표 선거가 끝난 이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의원들과 식사를 하며 당 안팎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21일에는 비례대표 당선인 10여명과 만찬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당선인 전원 워크숍이 열리는 27일 전까지는 이 위원장이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우원식 의원은 “이 위원장이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출마를 가정하고 제 입장을 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당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사람과 의견을 나누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반면 홍영표 의원은 확고한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다. 홍 의원은 “주변 사람들과 상의하면서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이 위원장의 출마 여부에 따라 제 문제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제가 나가야 하면 나가는 것이지 이 위원장 출마와는 아무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홍 의원과 우 의원은 송 의원과 달리 당권 도전 경력이 없어 패배의 부담이 덜하다. 따라서 8월 전당대회에서 이 위원장에게 지더라도 당권 도전 경험을 통해 정치적 체급을 키워 내년 3월 전당대회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김부겸 의원도 당권 도전을 저울질하고 있다. 영남권 의원들이 김 의원의 출마를 적극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측근은 “대권에 도전할지, 당권을 들러서 갈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어느 방향으로든 결론을 내린 바는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광주에 머물며 대구의 지역감정을 비판하는 등 대국민 메시지를 내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이 대권으로 직행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당권 도전에 생각이 있었으면 이미 지금쯤 결론이 났을 것”이라며 “나머지 당권 주자들도 이 위원장의 불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 위원장 측근인 이개호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이 위원장과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당권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떤 결론이든 빠른 시일 내에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