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온기에 수입은 급감… 올 ‘플러스 성장’ 실낱 희망

입력 2020-05-20 04:01

국내외 경제기관 상당수가 코로나 사태로 올해 한국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음에도 정부 안팎에서는 플러스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2분기 이후 활발해지는 내수 회복과 수입 감소세가 역성장을 막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는 1년에 두 차례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한다. 기재부는 올해 성장률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 내놓았던 2.4%를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상황이 급변하자 기재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시기를 앞당겨 내달 초 성장률 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관심은 역성장 여부다. 주요 해외 기관들 상당수는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한 상태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은 -1.2%,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1.5%,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0.1%를 전망했다. 국내의 경우 한국경제연구원이 외국보다 더 안 좋은 -2.3%를 제시했다. 대부분 2분기에 수출이 큰 타격을 입으며 1분기(-1.4%)보다 성장이 더 후퇴할 것이라는 판단을 근거로 했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서는 일부 변수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경우 역성장은 피할 수 있다는 의견이 없지 않다.

우선 내수 회복 속도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서 멈췄던 경제가 움직이고 있다. 내수 지표에 따르면 지난 4월 다섯째 주를 기점으로 놀이공원(-61.9%) 음식점(-11.7%) 숙박(-22.5%) 등의 전년 대비 감소 폭이 이전보다 축소됐다. 교통 부분의 경우 도로통행량(-1.7%) 감소 폭이 둔화됐으며, 철도이용률도 예년의 77.9%까지 올라갔다. 5월 이태원발(發) 감염 확산이 발생했지만, 큰 규모의 2차 감염이 발생하지 않으면 내수는 계속 회복될 수 있다.

정부가 이달부터 지급된 14조원의 긴급재난지원금도 성장률에 긍정 요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재난지원금이 0.1~0.3% 정도 성장률을 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올해 성장률의 아킬레스건은 수출이다. 내수가 회복되어도 수출 부진은 또다시 성장률을 추락시킬 수 있다. 해외 확산으로 수출은 내수와 달리 갈수록 악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수입 추이가 수출 충격을 다소 둔화시킬 가능성은 있다.

국내총생산(GDP)은 민간소비, 민간투자, 정부지출, 순수출(수출-수입) 등으로 구성된다. 수출이 감소하는데, 수입도 덩달아 줄면 순수출 항목의 수치가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초(1~10일) 수출은 전년 대비 46.3% 급감했는데, 수입도 37.2% 줄었다. 수입이 많이 감소할 경우 역설적으로 성장률에 도움이 되는 셈이다.

주 실장은 “우리나라는 과거 위기를 보면 수출 부진 때 수입도 함께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역성장을 피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