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 1분기 순익 ‘반토막’… 2분기 더 암울

입력 2020-05-20 04:0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코스피 상장사들의 올 1분기 순이익이 ‘반토막’ 났다. 코로나19 충격이 1분기 실적에 모두 반영되지 않은 만큼 2분기 이후 실적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집계한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92곳(금융업 제외)의 1분기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 19조4772억원으로 전년 동기(28조3100억원)보다 31.2% 줄었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11조336억원으로 47.8% 급감했다. 매출은 495조273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87% 증가하는 데 그쳤다.

1분기 적자 전환한 기업은 98개사(16.6%)로 흑자 전환된 기업(61개사, 10.3%)의 비중을 넘어섰다. 영업이익 하위 3개사는 SK이노베이션, S-Oil, SK 순으로 모두 적자 전환됐다. 삼성전자를 빼고 계산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591곳의 1분기 연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1%, 61.8% 급감했다. 전체 코스피 상장사 매출액 중 삼성전자는 11.2%를 차지한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의 당기순이익 감소율이 전년 대비 75.7%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철강·금속(-58%) 유통업(-39.1%)이 뒤를 이었다. 반면 음식료품과 의약품 업종은 순이익 증가율이 각각 156.3%, 110.1%로 코로나19로 ‘반사 효과’를 봤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2.9%, 당기순이익은 35.2% 감소하며 유가증권시장보단 선방했다. 매출액은 47조215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7%가량 증가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충격이 실물경제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어 1분기 실적 악화는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로선 2분기 실적이 바닥일 것이라는 예상도 낙관적일 수 있다”며 “경기 확장 국면으로 재진입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이 변화된 영업 및 소비 환경에 얼마나 신속하게 적응할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배로 주요국 증시 중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PBR이란 주가 대비 주당 순자산 비율로, 1배 미만이면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에도 못 미칠 만큼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