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손에 넘어간 ‘국가 에너지 대계’

입력 2020-05-20 04:07
사진=연합뉴스

지난 1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환경부에 102쪽 분량의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가 ‘국가 에너지 대계’로 불리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환경성을 따져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0일간 평가 이후 환경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산업부는 9차 계획을 확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9차 계획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접수됐다”면서 “법 절차에 맞춰 환경친화적 계획이 수립될 수 있도록 꼼꼼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19일 말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중장기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 2년마다 15년 단위로 수립하는 법정계획이다. 9차 계획은 2020년부터 2034년까지의 ①수요관리 ②발전설비 구성 ③온실가스 배출량 목표 ④미세먼지 감축 ⑤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을 담는다. 2034년까지 노후 석탄발전기 30기를 폐쇄하고 이 가운데 24기는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발전부문 미세먼지 배출량을 절반가량 줄일 계획이다. 현재 15% 수준인 신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은 40.0%로 확대하고 원전·석탄발전 설비를 46.3%에서 24.8%로 줄이는 내용도 포함한다.

환경부가 첫 환경영향평가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중점적으로 살펴볼지가 관심이다.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에 따르면 ‘환경보전계획과의 부합성’이 첫 번째 평가 항목이다. 산업부가 마련한 9차 계획이 대기 환경 관리 기본계획, 제5차 국가환경종합계획,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 등에 배치되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2030년까지 발전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1억9300t)를 달성하는 계획이 파리기후변화협약 등에 부합하는지도 따져보게 된다.

민감한 평가 분야는 신재생에너지다. 에너지전환 정책 핵심은 원전·석탄을 줄이고 태양광·풍력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15.0%→40.0%’ 확대 계획이 환경영향평가에 발목 잡힐 경우 에너지전환 정책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신재생 설비를 늘리는 과정에서 주민 반발을 심각하게 야기하거나 자연경관·산림훼손 등 환경문제를 일으키는지가 관건이다.

두 부처 간 팽팽한 기 싸움도 감지된다. 산업부는 에너지 대계를 다른 부처에 검사받아야 하는 상황이 편치 않은 모양새다. 환경부는 30일 이내에 평가를 완료할 예정이지만 보완 사항을 발견하면 평가일이 더 소요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산업부가 보완 조치 후 평가서를 다시 제출하면 10일 정도의 평가일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