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5·18 진상규명, 공소시효 없는 남아공 모델 고려”

입력 2020-05-20 04:07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과 관련해 “진실 고백과 용서, 화해 프로세스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화해위원회 모델을 고려한 것”이라며 “당시엔 (진실 규명 관련) 공소시효를 배제했다”고 말했다. 5·18 발포 책임자 규명 등과 관련해 공소시효 문제가 불거질 경우 이를 정지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참모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며 “앞으로 5·18 진상조사가 이뤄질 텐데 공소시효 문제를 어떻게 풀지는 국회의 몫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서 “이제라도 용기를 내어 진실을 고백한다면 오히려 용서와 화해의 길이 열릴 것”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모델로 언급한 남아공 진실화해위는 1960년대부터 자행된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에 따른 국가 범죄와 인권 침해를 1995년 12월부터 1998년 7월까지 조사한 기구다. 진실화해위는 7112명을 조사했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처벌을 받았다. 이후 조사 대상자 중 849명이 사면받았다. 5·18에 대해서도 철저한 진상조사를 하고 처벌한 뒤에야 화해도 가능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과 관련해서는 지난 12일부터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본격 조사를 시작한 상태다. 5·18 당시 민간인에 대한 발포 명령 책임자, 헬기 사격, 암매장 등에 대한 진상이 규명되더라도 공소시효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또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미 1996년 형사재판을 통해 내란죄, 반란죄 등으로 처벌받기도 했다.

하지만 5·18 단체 등에서는 민간인 학살에 개입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면 다시 공소를 제기해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반인도적 민간인 학살 행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배제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여당에서 5·18 진상규명을 위한 각종 법안을 21대 국회에서 발의할 예정이어서 공소시효 문제도 논의될 가능성이 커졌다. 청와대는 전 전 대통령 측이 여전히 진실규명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 측)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뭘 사과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말했다”며 “진실을 고백할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그 다음에 역사 왜곡 음해가 일부에서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