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에 손 뻗는 이통사… 데이터 기반 소상공인 대출

입력 2020-05-20 04:01
한 이용자가 19일 중소 셀러 대상 대출상품인 ‘11번가 이커머스 팩토링’ 화면을 보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아마존, 알리바바, 페이팔 등 글로벌 기업들은 상거래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기반 금융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특히 통신료, 공공요금 납부 정보 등 비금융 데이터를 참고한 신용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기업 FICO는 최근 3년간 매출이 연평균 10% 증가하고 시가총액도 2.8배 상승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도 이런 방식으로 금융에 손을 뻗고 있다.

SK텔레콤은 온라인 쇼핑몰 11번가, 현대캐피탈과 협력해 11번가 중소 입점 판매자 대상 대출상품 ‘11번가 이커머스 팩토링’을 20일 출시한다고 19일 밝혔다. 매출 등 비금융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를 활용한 상품이다. 11번가 이커머스 팩토링은 지난해 10월 SK텔레콤이 이통사 최초로 금융위원회의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한 후 출시한 첫 번째 금융 서비스다.

당시 SK텔레콤은 비금융정보전문 신용조회업 허가에 관한 규제 특례와 개인 및 개인사업자 대상 비금융정보전문 신용조회업에 관한 규제 특례를 금융위에 신청했다. SK텔레콤은 이후 판매자의 매출 및 정산, 고객 주문 취소 및 반품 이력, 구매자 리뷰 등 수백 가지 데이터를 머신러닝 기술로 분석해 신용평가 방법을 보완하는 ‘셀러 스코어’를 개발했다.

이에 따라 11번가 판매자들은 기존 대출과 별개로 최대 3000만원까지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11번가 중소 판매자 최대 4만명이 금융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은 이외 우리은행, 현대카드 등 다양한 금융사와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모델 기반 금융 서비스 출시를 논의 중이다.

통신사들의 금융 서비스는 정보통신기술(ICT) 발달과 업종 간 협업 속에 가속화될 전망이다.

KT도 최근 신용등급 사각지대 고객을 위한 금융 서비스를 위해 BNK부산은행, BNK캐피탈,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KT는 자사 통신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통신 정보를 활용해 받을 수 있는 금융 혜택을 안내하는 제휴 마케팅을 진행한다. KT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해 고객의 통신요금 정보를 비롯해 이용 서비스 종류 및 회선, 이용 패턴 등 각종 통신 정보를 분석해 예상 금리나 대출 한도 등의 금융 혜택을 안내할 예정이다. 부산은행과 BNK캐피탈은 KT가 분석한 통신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KT 고객에게 추가 금융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협업한다.

KT 관계자는 “고객은 클릭만으로 추가 금융 혜택을 해당 금융사를 통해 받을 수 있다”며 “(이 서비스는) 상반기 중 공식 출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KT는 앞으로 소상공인 고객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보험·카드 등 금융 영역별 맞춤형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하지만 이통사들의 새로운 수익 모델에 대한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신용도 평가로 대출의 문이 넓어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대출 중복이나 과열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