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10년 동안 있다가 탈퇴한 김수민(가명·37)씨의 이야기를 지난주에 이어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아이를 낳은 수민씨는 집에서 아이를 키우며 마음에 점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청년 때는 자신이 자라온 가정이 정상이 아니란 걸 잘 몰랐다.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천지에 일찌감치 빠진 부모는 수민씨의 가정을 정상으로 만들지 못했다. 학교 공부보다 신천지를 우선하라 했고 총회 본부에 충성해 이만희 교주의 인정을 받는 게 무슨 성공한 사람이 되는 것인 양 여겼다. 늘 ‘신천지를 떠나면 지옥’이라는 얘기로 수민씨를 압박했다. 수민씨는 부모조차 자신을 신천지 지도부가 신도 통제하듯 관리했을 뿐이었다고 회상한다.
신도 통제 시스템이 37년간 종교사기 조직을 유지하는 데 필요했다는 건 수민씨도 인정한다. 그러나 수민씨는 자기 자식에게만큼은 통제 시스템에 가둔 채 14만 4000명을 만드는 데 모든 걸 부으며 모략 전도를 위한 거짓말 제조기가 되도록 하는 걸 허락할 수 없었다. 하루는 어린이집 공개 수업에 참여했다. 어린이들과 놀던 중간중간, 수민씨의 어린 아들은 신천지 노래를 흥얼거렸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신천지를 ‘나가야 산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그러나 신천지를 나간다는 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죽는 날까지 부모님을 다시 볼 수도 없다는 의미다. 남편을 설득하는 것도 큰 문제였다. 신천지 탈퇴를 권유하면 선악과를 따먹고 아담에게 권한 하와와 같은 입장이 되는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결국, 수민씨는 용기를 내 마음을 털어놓았다. ‘당신이 신천지를 떠나는 순간 이혼하겠다’는 말이 돌아올 줄 알았다. 의외로 남편은 “당신 대신 신천지 교회 출석 인증 카드를 찍고 올 테니 좀 쉬라”고 자연스레 말했다. 수민씨는 너무 고마운 한편 신천지를 나가면 어떻게 살까 하는 공포에 벌벌 떨었다.
몇 년을 고민했다. 어느 겨울밤, 이단상담소에 전화를 걸어 눈물을 흘리며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협회장 진용식 목사) 구리상담소장 신현욱 목사를 만날 때는 상담소가 아닌, 공개된 장소에서 남편과 함께 만나겠다고 했다. 신 목사를 만나던 바로 그날 수민씨와 남편은 신천지 탈퇴를 결심한다. 신천지 실상이 사기라는 것도 그렇지만 신 목사가 신천지를 탈퇴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이만희 교주의 여성 문제란 얘길 듣고 수민씨는 교주에 대한 모든 환상이 깨지는 걸 느꼈다.
현재 수민씨는 신천지를 탈퇴하고 정통교회에 적응해가고 있다. 가장 은혜가 되는 말씀은 구원론이다. 그것도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아주 기초적인 은혜의 복음이 전해질 때 혼자 눈물짓는 일이 많다.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라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수민씨는 그게 아니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신 우리의 구원자라는 복음은 그녀에게 이토록 많은 눈물이 있었나 할 정도로 눈물짓게 만들었다.
그런 그녀는 몇 달 전 아들의 과학 숙제를 위해 경기도 모 지역에서 열린 ‘사이버 과학축제’에 참석했다가 아연실색했다. 길목마다 안내 요원으로 위장한 신천지 신도들이 눈에 띄었다. ‘설마’했던 생각은 축제 장소 안에서 경악으로 바뀌었다. 한 부스에서 신천지 교인은 물론 신천지 정보통신부에 속한 고위 관계자가 봉사자들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이 교주가 예전에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는 “사회 각계각층, 모든 곳에 가서 빛과 소금이 돼라”고 말했다. 그 말대로 신천지인들은 관공서의 각종 행사, 사회봉사, 특히 언론사 등으로 퍼져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역할은 신천지가 수세에 몰리거나 공격당할 때 각자의 자리에서 음과 양으로 측면 지원해주는 것이다.
사회 내 고위직이나 엘리트층에 있는 사람들은 각계각층으로 나가 신천지 종교색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퍼져가는 역할에 전념한다. 심지어 각 언론사에 기자로 침투한 신도들은 신천지 총회 등록에서 이름을 빼기까지 한다. 경찰이지만 조폭 조직에 들어가 두목까지 됐던 영화 ‘신세계’처럼, 교적까지 지우고 결정적일 때 신천지를 위해 일해 줄 사람들이 사회 각계각층에 퍼져있다. 그들은 신분을 철저히 감추며 활동한다. 신천지 없으면 나라가 돌아가지 않고 사회봉사가 되지 않을 정도로 깊숙이 관여하는 것,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신천지를 함께 끼고 가야 하는 사회 구조를 만드는 게 그들의 목표였다. 우린 지금 초등학생들을 위한 지방자치단체 잔치에서조차 종횡무진 활약하고 다니는 신천지 신도들을 마주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정윤석(한국교회이단정보리소스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