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G2 新냉전… 폼페이오, 홍콩 카드 꺼내들며 확전 태세

입력 2020-05-19 04:0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뉴시스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반도체 조달 루트를 차단하는 고강도 제재를 발표한 것을 계기로 미·중 간 ‘기술 냉전’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8일 ‘화웨이 제재가 중국과 미국을 기술 냉전으로 이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의 조치는 중국에서 역풍을 초래했고, 핵심 기술에서 전면적인 ‘탈미국화’를 가속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졌다”면서 “이 과정에서 퀄컴과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이 주요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새로운 제재가 나오기 하루 전 대만 TSMC는 미국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면서 “TSMC가 화웨이의 반도체칩 생산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의 주요 공급자임을 감안할 때 이번 제재는 중국 업체를 세계 공급 체인에서 배제하려는 미국 측의 구상”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싱크탱크 차이나랩스 설립자인 팡싱둥도 “미·중 무역전쟁은 일시 ‘휴전’했지만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제재는 계속될 것이고, 장기적으로 미·중의 대치 국면은 서로 피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의 특정 소프트웨어와 기술의 직접적 결과물인 반도체를 화웨이가 취득하는 것을 전략적으로 겨냥한 수출 규정 개정에 나섰다”고 밝히며 ‘화웨이 전쟁’을 촉발했다.

이번 조치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로 화웨이의 핵심 공급자인 TSMC를 겨냥해 화웨이에 대한 전 세계의 반도체 공급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화웨이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의 제재는) 무지막지하고 산업적인 파괴력이 있다. 미국이 자신들의 기술적 우위를 이용해 타국 기업을 억압한다면 미국 기술요소를 사용하는 데 대한 타국 기업의 믿음이 약해질 것”이라면서 “최후에는 미국의 이익도 해칠 것”이라고 비난했다. 에릭 쉬 화웨이 순환회장은 “미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고 시장 규칙을 바꾸면 판도라 상자를 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연일 단호한 대응을 공언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전날 외교부에 이어 대변인 성명을 내고 “외국 특정 기업에 대한 억압이며 시장 원칙과 공정 경쟁을 파괴하는 행위로 모든 필요한 조처를 통해 중국 기업의 합법적인 권익을 단호히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TSMC와의 거래 중단에 대비해 자국의 핵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에 거액의 투자금을 몰아주며 반도체 자급 준비에도 착수했다. SMIC는 최근 공고를 내고 국가집적회로(IC)산업투자펀드(국가대기금)와 상하이직접회로펀드로부터 총 22억5000만 달러(약 2조7700억원)의 투자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곳은 모두 정부 주도의 펀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AFP연합뉴스

미국은 중국에 대한 공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7일 성명에서 “중국이 홍콩에 있는 미국 기자들의 업무를 방해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믿고 있다”며 “홍콩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중국의 어떤 결정이든 일국양제 및 홍콩 지위에 관한 우리의 평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무부는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에 부여해온 경제·통상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해 말 미 의회를 통과한 홍콩민주주의인권법은 홍콩의 자유를 억압하는 데 책임 있는 인물의 미국 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자산을 몰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권지혜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