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에서 벌어진 이른바 ‘관중석 리얼돌’ 사건을 두고 축구팬들의 분노가 뜨겁다. 팬들은 FC 서울 구단이 지난 17일 첫 무관중 홈경기를 맞아 업체를 통해 관중석에 설치한 인형들 모습이 성인용품의 일종인 ‘리얼돌’과 같았다며 성토했다. 구단과 인형 제작업체가 해명을 내놨지만 어긋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며 사태가 커지는 모양새다.
18일 서포터즈 웹사이트 ‘서울라이트’는 분노로 들끓었다. 허술한 일처리로 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항의였다. 한 팬은 “검색도 안하고 단지 업체 해명만 믿고 판단했다”고 분개했다. 다른 팬은 구단 SNS에 “특정 부위가 부각된 여성 인형을 배치한 것만 봐도 구단이 여성 팬을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다”고 꾸짖었다.
기성용 이적 무산 당시 팬 2270명의 연명을 받은 직장인 팬 이병구(40)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성적 대상화 된 인형을 팬들 자리에 배치한 게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구단 관계자가 ‘해프닝’이라고 선을 그었는데, 일반적 인식에서 얼마나 벗어난 것”이라며 책임자 징계를 요구했다.
이번 사건은 이미 세계적 조롱거리다. 영국 일간 더선은 “한국 구단이 지역 업체를 광고하는 X등급(성인등급) ‘섹스돌’로 빈 경기장을 채웠다”고 보도했다. K리그 중계권이 세계 36개국에 팔린 상황에서 찾아온 악재다.
서울 구단은 해당 업체가 성인용품 업체가 아닌 걸 확인했다고 사건 당일 해명했다. 서울은 기자단에 “‘달콤’이라는 이름의 해당 회사가 (성인용품이 아닌) 프리미엄마네킹 제조회사란 걸 확인해 행사를 진행했다”고 했다.
그러나 해명과 어긋나는 정황은 넘쳤다.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마네킹이 들고 있던 피켓과 머리띠에 업체명이 표기된 성인용품 업체 SOLOS는 ‘달콤스퀘어’, ‘QITA’라는 동종 업체와도 연관있다. 이들 홈페이지에 각자 게시된 전화번호와 주소, 대표명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성인용품 업체 ‘COMWID’의 것과 같다. 이 업체는 홈페이지에서 자회사로 달콤스퀘어, QITA(‘진기한 그녀들’이라는 뜻), SOLOS를 함께 언급했다. ‘달콤’이 ‘SOLOS’와 같은 성인용품 업체였다는 유추가 가능했다.
18일 본보의 ‘달콤’ 관계자와의 통화 결과 해당 의심은 일정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달콤’ 관계자는 “주식회사 COMWID는 SOLOS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고 주식회사 달콤은 ‘돌(인형)’만 만드는 공장으로 둘은 대표가 다르다”고 관계성을 부인했다. 애초 리얼돌을 만들기 위해 ‘달콤’이 설립됐지만, 사회적 거부감 때문에 실제 판매하지 않고 ‘마네킹’ 용도로 백화점을 타겟으로 영업을 해왔단 것이다. 다만 해당 관계자는 “중국 업체 QITA와 기술 제휴를 맺고 SOLOS에 리얼돌 모델 ‘샤샤’ ‘체로’를 공급한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설치된 인형 중 10개 정도가 달콤이 SOLOS에 샘플로 제공했던 것들을 받아썼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결국 성인 용도로 제작된 ‘리얼돌’이 경기장에 설치된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리얼돌을 설치한 서울이 한국프로축구연맹 정관을 위반했을 여지도 있다. 정관은 ‘성차별적인 내용으로 인권침해 여지가 있는, 혹은 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으로 미풍양속 해칠 우려가 있는’ 광고물 설치를 금한다. 서울 구단이 애초 인형 실체가 아니라 업체명이 언급된 걸 해명하는 데 치중한 것도 이와 관련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징계 여부에는 업체명이 적힌 피켓·머리띠가 광고물인지 판단이 핵심이다. 연맹 관계자는 “18일 중 상벌위원장에게 유권해석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맹 관계자는 둘을 연결한 연맹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연맹에 평소에도 구단 스폰서십을 묻는 전화가 많이 온다”면서 “‘피규어 제작업체’라는 소개에 양쪽에 연락처를 건네준 게 전부”라고 말했다. 서울 구단 관계자는 이날 “자체 조사를 거쳤고 조만간 입장문을 다시 발표할 것”이라며 “마지막으로 법적 검토를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조효석 이동환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