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수 500명에서 ‘무급휴직·희망퇴직자 330명, 정리해고자 8명’이라는 상황에 처한 회사가 있다. 아시아나항공 비행기 청소 업무를 독점적으로 맡아온 아시아나KO다. 연간 매출 200억원을 내오던 이 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심각한 고용 불안에 빠졌다. 아시아나KO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아시아나KO의 고용불안은 심각한 ‘노노 갈등’에서 야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만 놓고 봐도 그렇다. 민주노총 산하 아시아나KO 노조 조합원 가운데 해고된 8명은 18일 강제 철거될 때까지 ‘부당 해고를 철회하라’며 천막 농성을 했다. 한국노총 산하 노조는 ‘해고자 8명을 받아주면 무급휴직 중인 우리 조합 200명도 복직하겠다’고 나섰다.
두 노조는 각각 ‘회사가 정리해고 수순을 밟으려는 것’이라는 주장과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에서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회사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았다.
지난 3월부터 약 2개월 동안 노노 갈등은 악화일로를 달렸다. 공항이 셧다운된 3월, 아시아나KO 매출은 전월 대비 절반으로 떨어졌고 고용 불안정 수순으로 이어졌다. 회사는 3월 초 노조와 유급휴직에 합의했지만 한 달도 안 돼 무급휴직으로 번복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주원 아시아나KO 이사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회사에 체불 임금이 있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는 답을 받았다”며 “회사가 임금을 선지급하고 3개월 후에야 돈이 나오는데 나중에 탈락되면 회사가 파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수노조 간 갈등은 직원 330명이 속한 한국노총이 무급휴직 반대 입장을 접고 회사와 교섭에 나서면서 본격화됐다. 이정상 한국노총 아시아나KO 위원장은 “현재 회사 매출 타격 정도이면 정리해고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며 “자칫 전 직원이 해고될 수 있어 교섭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소속 32명 중 22명은 무급휴직에 동의했지만 간부진을 포함한 10명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라’며 유급휴직을 고집했다. 김정남 민주노총 지부장은 “아시아나항공이 HDC현대산업개발에 합병되기 전 구조조정을 할 것 같으니 회사가 일부러 해고 회피 노력을 덜한 것”이라고 했다.
회사는 한국노총과만 교섭을 진행했고 무급휴직·희망퇴직에 동의하지 않으면 해고한다는 합의가 나왔다. 이후 4차례의 노사 협의 끝에 인사고과, 근속연수 등을 고려한 기준에 따라 높은 점수를 받은 근로자는 무급휴직 비동의자라도 해고하지 않기로 했다. 그 결과 회사는 150여명만 출근하도록 하고 130명은 희망퇴직, 200명은 무급휴직 처리했다. 민주노총 소속 비동의자 10명 중 2명은 점수를 잘 받아 계속 일하게 됐고 나머지 8명은 해고가 결정됐다.
해고가 결정된 지난달 9일부터 정식 해고된 지난 11일까지 두 노조 간 갈등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민주노총은 “투명하지 않은 고과 점수로 해고하는 건 전형적인 부당해고”라며 한국노총을 ‘어용 노조’라고 공격했다. 부당해고 논란이 불거지자 이번엔 한국노총이 반박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은 ‘우리 조합은 200명이 동의했는데, 회사가 8명과 타협하면 다 들고 일어나겠다’고 했다. 사측은 ‘타협하지 않겠다’는 공지를 돌렸다.
전문가들은 노노 갈등, 정부 지원 사각지대로 코로나19로부터 해고를 막지 못한 사례라고 봤다. 노광표 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보완, 순환 휴직 등 최대한 해고를 막는 방향으로 전략을 짤 수 있었는데 노사 간 기 싸움을 하느라 놓친 것”이라며 “또 회사가 고과에 따라 해고 여부를 결정하는 건 추후 소송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당시엔 신속지원프로그램 등 임금을 선지급하는 제도가 나오지 않았을 때라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완화되면 다 필요한 인력이기 때문에 회사는 선지급할 임금까지 지원받는 방안을 찾는 등 최대한의 고용유지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서둘러 양대 노총 간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합의를 끌어내야 고용 유지 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노 소장은 “아시아나항공이나 이스타항공도 각각 휴업수당, 대량 정리해고 기준을 두고 노조 간 갈등이 빚어지는 모습”이라며 “20일 열리는 정부와 양대 노총 간의 사회적 대화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돼야 대량 해고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