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원포인트 대화는 ‘민주노총 아닌 丁총리 작품’

입력 2020-05-19 04:06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원포인트 노사정 사회적 대화’는 민주노총이 먼저 제안해 정부와 한국노총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내막을 들여다보니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사진) 국무총리의 교감 속에 총리실 주도로 약 2달 전부터 추진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저녁 정 총리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만난 자리에서 이미 원포인트 대화 참여에 대한 비공식 논의와 제안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한국노총은 대화가 열리는 것 자체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이 내용을 함구했고, 총리실은 민주노총이 제안하기 이전부터 이미 움직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브리핑에서 “내일(18일) 정 총리와 회합이 있다”면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틀 밖에서 원포인트 대화를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저녁 정 총리는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나 경사노위 밖 대화 참여를 비공식적으로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노총이 정 총리에게 대화를 제안한 시점이 지난달 18일 오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 총리는 일찌감치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었던 셈이다.

이는 민주노총이 정 총리에게 먼저 제안하면서 원포인트 대화가 처음 추진된 것으로 알려진 것과는 다른 내용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달 17일 김동명 위원장과 만난 저녁 자리에서 정 총리가 공식적으로 원포인트 대화 참여를 제안한 건 아니었다”면서도 “(대화가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한국노총 입장에서) 굳이 대외적으로 알리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원포인트 대화가 처음 언급된 것은 3월 18일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주요 경제주체 초청 원탁회의’ 직후 오찬 자리에서다. 이 자리에는 문 대통령과 양대 노총 위원장이 참석했고,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당시 문 위원장은 “한시적으로라도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노사정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지만, 문 대통령은 “노사정 대화는 경사노위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경사노위 밖 협의체 구성을 처음부터 수용했던 건 아니지만 결국 정 총리에게 경사노위 밖 대화를 성사시켜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총리실은 전면에 나서서 대화를 적극 추진했다. 정부 내부에선 제1노총인 민주노총을 배제하고 노사정 대화를 추진할 수 없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포인트 대화는 20일 정 총리 주재로 열릴 예정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한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과 김용기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도 배석한다.

노사정은 고용 유지를 위한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는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노동계는 총고용 보장과 해고금지·고용보험 확대 적용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경영계는 사정에 따라 고용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고용 유연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번 대화에서는 어느 쪽에 고통 분담의 무게를 더 실을 것이냐를 두고 진통이 예상된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