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정권이 ‘검찰 길들이기’라는 혹평을 받은 ‘검사 정년연장안’을 철회하기로 방침을 굳혔다. 코로나19 부실 대응으로 인한 민심 이반 불길이 검찰청법 개정안 문제로까지 옮겨붙으면서 지지율이 폭락한 탓이다.
NHK방송, 산케이신문 등은 18일 정부·여당이 검찰청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강행 처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일본 집권 세력이 보류 방침을 굳히면서 개정안 표결은 가을 임시국회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1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정기국회 기간 내 개정안을 통과시키길 바랐던 아베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자민당 2인자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을 만나 보류 방침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케이신문은 아베 총리와 니카이 간사장이 이번 국회 회기 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제2차 추경예산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야당이 강력 반발하는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당초 이번 주 내 중의원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던 자민당 내부에서 “여론의 이해가 충분치 못한 사안을 표결 강행하면 화근이 남는다”는 우려가 확산된 것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정치적 의견 개진에 소극적인 일본 사회에서 만약 개정안이 철회된다면 여론이 정치적 의사결정을 흔든 흔치 않은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개정안은 모든 검사의 정년을 현행 63세에서 65세로 연장하되 검찰총장·고검장·차장검사 등 고위 간부의 경우 내각과 법무상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정년을 최대 3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정년을 연장하고 싶은 간부급 검사들은 정권 관련 수사를 자제하라’는 의미로 읽히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지난 8일부터 시작된 ‘#검찰청법 개정안에 항의한다’는 트윗은 며칠 만에 1000만건을 넘어섰다. 좀처럼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은 일본인들로서는 이례적인 반응이었다. 법조계 원로들의 반대 성명도 줄을 이었다.
코로나19 대응도 못하면서 검찰 장악 법안 처리만 서두른다는 정서가 확산되면서 아베 내각의 40%대 콘크리트 지지율도 깨졌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6~17일 일본 유권자 1185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달 조사보다 8% 포인트 떨어진 33%를 기록했다. 2012년 12월 아베 총리 2차 집권 후 이뤄진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세 번째로 낮은 수치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