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제2의 도시 카노 시민들은 요즘 하루에 너댓 통의 부고 문자를 받기도 한다. 직장 동료, 친구의 이모 혹은 동창생이 죽었다는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무덤 파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초과근무하는 날이 부지기수라고 말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대해 믿지 않는다. 지역 보건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발표가 대부분 영어로 이뤄지는데 대부분의 카노 사람들이 영어를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을 사망선고처럼 여겨 검사를 받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속수무책인 카노의 상황을 전하며 “아프리카 전역을 통틀어 드러난 하나의 사례일 뿐”이라고 우려했다.
나이지리아의 누적 확진자 수는 ‘공식적으로’ 5000명을 넘어섰다. 나이지리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팀을 이끌고 있는 바이러스 학자 오예왈레 토모리는 “코로나19 위기에 대해 카노 당국은 기만, 부정, 반항, 비난 등으로 일관하다가 결국 인정하는 수순을 거쳤다”면서 “최근 들어서야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광범위하게 시작했고, 곧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이날 기준 8만1882명, 누적 사망자는 2715명이다. 나라별 확진자 수를 들여다보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이 1만4335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이집트(1만1719명), 알제리(6821명), 모로코(6798명) 등의 순이다.
하지만 이 숫자들마저 신빙성이 없다. 소말리아 정부는 공식적인 누적 확진자가 1200명이라고 밝혔지만 지역 의사들과 구호단체들은 NYT에 “그 숫자는 완전히 틀렸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마저 “수천명의 감염자들이 여전히 집에 있고, 진단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탄자니아는 2주 전 509명이라는 믿기 어려운 누적 확진자 수를 공개한 뒤 감염자 및 사망자 수 공개를 중단했다.
확실한 건 아프리카의 코로나19가 본격적인 확산세에 들어섰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카노와 같은 아프리카의 ‘핫스폿’은 이제 막 그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라고 우려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