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뚫고 중국 간 이재용 “머뭇거릴 시간없다”

입력 2020-05-19 04:02
마스크를 쓴 이재용(앞줄 왼쪽 두 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을 방문하는 사실상 첫 글로벌 기업인이다.

이 부회장은 “시간이 없다”며 위기에 적극 대응하고 미래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그의 현장 경영은 대외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반도체로 불붙고, 대내적으로는 사법 리스크가 가중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이날 중국 산시성에 있는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향과 대책을 논의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브라질 방문 후 4개월 만의 글로벌 현장 경영이고 9번째 공개 행보다. 이 자리에는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 등이 참석했다. 시안 공장은 삼성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 기지로 2공장이 증설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말하며 위기 대응과 미래 도전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에도 중국 시안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시안 2공장 투자 출하 기념행사에 이어 지난달에는 2공장에 필요한 기술진 200여명을 전세기로 파견했다. 이 부회장이 코로나19로 중단했던 해외 현장 방문 재개 첫 장소로 시안 반도체 공장을 택한 것은 ‘반도체 2030 비전’에 대한 의지로 해석된다.

특히 미·중 갈등이 반도체 시장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자 주력 분야인 메모리반도체 생산 현장을 챙길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19로 현장 설비 엔지니어들조차 꺼리는 중국 출장을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시간이 없다’는 이 부회장의 중국 발언은 위기 극복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여러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이 부회장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미국 기업의 기술을 사용한 제3국 기업이 중국 기업인 화웨이에 반도체를 팔지 못하도록 했다. 또 세계 1위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의 초미세 공정 공장을 미국에 짓도록 했다. 중국 정부는 이에 맞서 화웨이 봉쇄 조치 즉각 중단을 촉구했고, 중국 관영 언론은 애플 등 미국 기업에 대한 ‘맞불 제재’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미·중의 대립으로 글로벌 경영 환경이 다시 예측불허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와 관련해 이 부회장의 검찰 소환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시작된 국정농단 관련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강주화 권민지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