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취임 후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 18일 광주를 찾았다. 그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서 주먹을 쥔 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고, 5·18 유가족들을 만나선 통합당 의원들의 과거 5·18 망언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5·18 40주년을 계기로 ‘극우 이미지’를 벗고 호남 민심에 다가가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기념식에 참석한 뒤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배현진 원내대변인 등과 함께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지난해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는 광주 지역 시민단체 등의 거센 항의로 민주묘지 입구에서 추모탑까지 가는 데 15분이나 걸렸지만 이날 시위대는 보이지 않았다.
주 원내대표는 방명록에 ‘5월 정신으로, 자유와 정의가 역동하는 하나 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겠습니다’라고 썼다. 그는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등 관계자들을 만나 “그분들(5·18 망언을 한 의원들)이 잘못한 것”이라며 “우리 당과 관련된 분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점에 대해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5·18민주화운동의 의의와 성격에 관해서는 법적으로 정리가 이뤄졌다”며 “통합당은 5·18 정신에 기반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하나 된 국민 통합을 이뤄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5·18민주유공자예우법 개정안 처리에도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광주 방문에 거세게 항의했던 광주시민들도 올해는 야유하지 않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기념식장 앞에서 만난 박모(76)씨는 “주 원내대표의 사과를 듣고 천지가 개벽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당이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규환 통합당 부대변인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광주시민과 국민께서 진정성을 알아주실 때까지 우보천리(牛步千里)의 마음으로 나아가겠다”며 “오늘 지도부의 광주 방문이 첫걸음”이라고 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강제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진상조사위에 강제조사권을 부여하는 문제는 위헌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전문가 의견을 좀 더 들어보겠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묘역 참배 후 광주·전남 지역 총선 출마자들과 비공개 오찬을 갖고 낙선을 위로했다.
통합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은 이날 기념식 초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는 “당 차원에서 참석하려 했는데 문재인정부에서는 오지 말라고 한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초청은 받지 못했지만 원 대표 등 미래한국당 지도부는 이날 광주로 내려와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광주=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