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삼화 “서울시극단만의 색깔 입히겠다”

입력 2020-05-19 04:0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극의 당위성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어요. ‘동시대성’을 갖춘 작품을 선보이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갈 겁니다.”

연출가 문삼화(53·사진) 극단 공상집단 뚱딴지 대표는 18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여진 속 서울시극단을 이끌게 된 포부를 전했다. 본보 취재 결과 문 연출가는 최근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김광보 현 단장에 이어 세종문화회관 전속단체인 서울시극단 신임 단장으로 낙점됐다. 서울시극단이 여성 수장을 맞는 것은 지난 2013~2015년 김혜련 단장 이후 두 번째다.

다음 달 1일 공식 취임하는 문 연출가의 임기는 2022년 5월까지 2년이다. 김광보 단장은 첫 임기 3년에 연임(2년)을 합쳐 5년 임기를 마무리하게 됐다. 문 연출가는 “김광보 단장님이 고사 직전의 서울시극단에 부임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재활치료까지 마쳤다고 본다”며 “이제 내 역할은 배우에게 캐릭터를 입히듯 서울시극단만의 색깔을 부여하는 일인 것 같다”고 밝혔다.

2003년 연극 ‘사마귀’를 통해 데뷔한 문 연출가는 한국 사회의 모순을 생생한 언어로 표현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극단 유 연출부를 거쳐 2008년 공상집단 뚱딴지를 창단한 그는 사회에 화두를 던지는 작품을 꾸준히 선보였다. 특히 천명관 원작 ‘고령화 가족’과 함께 극단을 대중에 각인한 ‘일곱집매’는 미군 기지촌 할머니들의 황혼을 깊숙이 살피며 2013년 서울연극제 우수작품상 등을 거머쥐었다.

서울시극단은 국립극단과 함께 국내 대표적인 공공극단이다. 하지만 제작 예산은 연간 6억원 안팎으로 국립극단과 비교해 약 10분의 1 수준이다. 문 연출가는 “국립극단이 고전극 등을 넓게 아우른다면 서울시극단은 관객과 공명하는 현대적 작품을 선보이는 극단으로 특화할 필요가 있다. 그 초점이 작품의 ‘동시대성’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연출가는 현장 연극인들을 작품에 적극 기용할 예정이다. 앞서 김광보 단장이 ‘옥상밭 고추는 왜’ ‘물고기 인간’ ‘함익’ 등 다수 작품을 직접 이끌었던 것과 다르다. 신진 양성에 국한됐던 서울시극단 ‘창작플랫폼’도 신예와 10년 이상의 기성으로 나누고, 프로그램 규모를 키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