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5월 중순에야 2주차를 완주한 2020시즌 프로야구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시즌 KBO리그 최하위 롯데는 마운드와 타선의 고른 활약 속에 ‘다크호스’로 올라선 반면, 한때 우승권으로 평가됐던 SK는 9연패의 늪에 빠진 ‘언더도그’로 몰락했다.
롯데의 시즌 초반 약진은 단연 주목된다. 롯데는 18일 현재 팀 타율(0.289)·홈런(15개)에서 3위, 팀 평균자책점(4.11)에서 4위를 달리고 있다. 전준우와 딕슨 마차도가 나란히 홈런 4개씩을 쳐 팀 타격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4차례 베이스를 훔친 안치홍을 앞세운 팀 도루 성공률은 63.6%(11회 중 7회 성공)로 5위까지 치솟았다. 덕분에 1위 NC 다이노스에 이어 지난 시즌 KBO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챔피언인 두산 베어스, 올 시즌 우승을 바라보며 질주하는 LG 트윈스와 함께 중간 전적 7승4패(승률 0.636)로 공동 2위에 올라있다.
타선과 마운드에서 고르게 상승한 롯데의 전력은 과정에서 자율성을 부여해 결과를 이끌어내는 허문회 신임 감독의 지도력과 무관치 않다. 롯데 관계자는 “허 감독이 선수들에게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실행하도록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롯데의 상승세는 지난주 두산·한화 이글스를 각각 상대한 두 번의 3연전을 모두 1승2패로 끝내면서 다소 꺾였다. 지난 1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원정 마지막 3차전에서 선발투수 이승헌이 3회 1사 1·2루 때 타구를 머리에 맞아 두부 골절상을 입는 악재도 겹쳤다. 19일부터 시작될 KIA 타이거즈와 광주 원정 3연전은 롯데의 반등과 하락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 KIA는 5승7패로 공동 6위에 있다.
한편 SK의 시즌 초반 침체는 심상치 않다. SK는 개막 이튿날인 지난 6일 인천 홈경기에서 한화를 5대 2로 이긴 뒤부터 단 1승도 수확하지 못했다. 지난 17일 NC에 5대 11로 완패를 당할 때까지 9연패를 당했다. 중간 전적 1승10패로 꼴찌로 처졌다. 팀 기록은 순위 못지않게 심각하다. ‘왕조’로 불렸던 SK의 과거를 생각하면 처참한 몰락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SK는 지난 시즌 마지막 날 두산이 우승을 확정하기 전까지 1위였던 팀이다.
하지만 올 시즌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 시즌 에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앙헬 산체스(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모두 팀을 떠나면서 마운드 약화는 예상된 일이었지만, 타선마저 무너졌다. 한동민이 홈런 5개로 전체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타율 1할대(0.167)에 머물러 있는 최정의 빈타로 타선에 불균형이 생겼다.
SK는 팀 타율(0.230)·평균자책점(5.68)에서 모두 9위다. 팀 평균자책점에서 SK 바로 밑에 있는 두산(6.24)은 1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팀 타율(0.337)로 마운드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
SK는 이번 주에 중위권의 키움, KIA와 각각 3연전을 펼친다. 키움은 7승5패(승률 0.583)로 5위, KIA는 5승7패(승률 0.417)로 6위에 올라 있다. SK가 이들 두 팀을 상대로 승수를 쌓아 꼴찌에서 벗어나 중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K는 당장 키움과 원정 1차전에서 선발 리카르도 핀토를 앞세워 연패 탈출에 도전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