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지지’ 득일까 실일까… 법조계 예상 정의연 수사 포인트

입력 2020-05-19 00:09 수정 2020-05-19 19:22
법치바로세우기행동연대 관계자들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에서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을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단체는 윤 당선인이 이사장으로 있던 정의기억연대가 위안부 피해자 안성 쉼터를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시민단체 의견수렴을 거쳐 법제처 심사 단계에 있다고 18일 밝혔다. 손질된 시행령은 기부금품 모집자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용명세를 게시하는 최소 기간을 14일에서 30일로 늘렸다. 기부자가 사용내역의 공개를 요청하면 모집자가 14일 이내에 제공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기부금 회계 투명성 강화는 곧 기부자의 알권리였고 모집자의 공개 의무였다. 의무를 위배할 경우 처벌을 하자는 의견에 대해 난색을 표하는 시민단체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행안부 관계자는 “시민단체와 자주 만나 결국 공통분모를 찾았다”고 했다.

기부금 모집자의 공개 의무는 ‘어금니 아빠’ 사건, 새희망씨앗 회장 사건 등을 계기로 강조되기 시작했다. 어려운 처지의 아동을 돕는다고 속여 거액의 기부금을 받아 가로챈 사건들이 공분을 자아냈던 것이다. 사법부는 판결 때 기부문화의 위축을 우려했다. 127억원을 가로챈 새희망씨앗 윤모 회장의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금전적 손실뿐 아니라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일반인도 기부문화를 불신하게 됐다”며 징역 8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폭로로 제기된 정의기억연대의 기부금 유용 논란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타난다. 정의연처럼 사회적 지지를 받아온 단체조차 회계가 떳떳하지 못했다면 파장이 커질 것이란 얘기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 결과 유용이 입증될 경우를 전제로 엄중한 양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는 “기부 문화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돼 비난 가능성이 클 것이고, 공로가 참작될 여지보다 오히려 엄벌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의연이 “세상 어느 비정부기구(NGO)가 활동 내역을 낱낱이 공개하느냐”고 맞선 것은 사회적인 기부금 회계 투명성 노력에 반하고, 검찰 수사를 자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투명하다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유죄의 입증까지는 아니지만 범죄 혐의의 소명까지는 충분히 이뤄진 상황”이라고 봤다.

검찰이 고발 내용을 종합 검토하는 현 단계에서 정의연을 둘러싸고 거론되는 혐의는 크게 업무상횡령과 업무상배임이다. 향후 관건은 ‘엉터리 회계’뿐 아니라 개인적인 착복이나 유용이 확인되느냐다. 이 같은 액수가 3000만원을 넘으면 실형도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평이다.

시세보다 현저히 비쌌던 ‘쉼터’의 매입 과정은 관리자의 성실의무 위반과 업무상배임으로 볼 여지가 있는데, 고의 여부가 중요하다.

법조계는 검찰이 쉼터 매입 과정에서의 리베이트 여부부터 확인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서부지검은 한화, 태광, 한진 등 대기업 수사를 해온 곳이다. 수사관들이 대형 자금추적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복잡할 것은 없는 사건”이라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