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되는… 약간 못난 도둑들

입력 2020-05-17 20:40
사진=홈페이지 캡처

네 번째를 맞은 ‘코로나 집콕 가이드’에서 소개해드릴 작품은 미국 ABC 시트콤 ‘모던 패밀리’와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입니다. ‘모던 패밀리’는 독특한 구성을 내세워 미국 시트콤의 부활을 알렸고, ‘종이의 집’은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각각 다른 색깔을 띠고 있지만 누구나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은 분명할 듯합니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중 하나인 ‘종이의 집’. 2017년 처음 공개돼 곧장 인기 시즌제 드라마 대열에 합류한 이 콘텐츠는 지난달 4일 네 번째 시즌을 선보였다.

‘종이의 집’은 직관적인 타이틀이 암시하듯 스페인 조폐국을 습격한 도둑들의 이야기다. ‘범죄’에 일가견 있는 베테랑들이 팀을 꾸려 도적질하는 얘기야 넘치지만, ‘종이의 집’은 조금 다르다. 할리우드 도둑 영화의 대표 격인 ‘오션스’ 시리즈나 최동훈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 등과 비슷하다고 하기에는 도둑들이 어딘가 허술해서다. 관객은 지나치게 인간적인 이들을 심장 졸이며 응원하게 된다. 속도감 넘치는 연출과 영상미, 배우들의 호연은 물론 만점이다.

단순히 은행 돈을 가로채는 게 아니다. 조폐국을 습격해 직접 유로화를 찍어내겠다는 이 원대한 계획의 중심에는 ‘프로페서(교수)’라 불리는 인물이 있다. 프로페서는 헬싱키 도쿄 모스크바 등 도시 이름으로 불리는 8명의 멤버들을 모아 6개월간 훈련시킨다. 그런데 조폐국 진입에 성공한 멤버들은 난데없이 사랑에 빠지고 실수를 연발한다. 멤버 개개인의 뒷이야기, 프로페서와 경찰의 치열한 두뇌 싸움, 깔끔한 반전 등을 도둑들의 러브라인 사이사이에 버무려 재미를 더한다.

조폐국 에피소드는 시즌1(13화)과 시즌2(9화)에 걸쳐 매듭을 짓는다. 시즌3~4에서는 조폐국 사건 이후 다시 소집된 도둑 일당이 스페인 국립은행 지하 30m에 보관된 금괴 95t을 훔치는 과정이 그려진다. 소재는 달라졌어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연출 톤은 같다. 통제 불능으로 흘러가는 인질극과 강력한 정부군과의 대치 등 사건이 펼쳐진다.

누구나 재밌게 볼 법한 드라마이지만, 국내 작품들과 비교하면 선정적이다.

강경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