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만 기다릴 여력 없다” 문 여는 유럽… 해외여행 재개되나

입력 2020-05-18 04:04
이탈리아 정부의 봉쇄 완화로 보르게세 미술관 앞에서 로마 시민들이 산책과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관광산업 비중이 큰 유럽 국가들이 해외 여행객에게 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탈리아는 다음 달 3일부터 국경을 개방하고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역내 자유로운 인적·물적 이동을 보장한 셍겐조약 가입국에 한해 해외 여행객을 받기로 했다. BBC방송 등은 16일 오후(현지시간)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봉쇄 완화 계획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콘테 총리는 “우리는 국경을 열면 코로나19 감염자가 다시 늘 수도 있다는 ‘계산된 위험(calculated risk)’에 직면해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영원히 재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탈리아는 백신이 개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여력이 없다”면서 “심각하게 망가진 경제와 사회 구조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3일부터 EU 국가에서 이탈리아로 들어오는 여행객들은 2주간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탈리아는 오는 25일부터 실내체육관과 수영장 등을 열고 다음 달 15일부터는 영화관 영업도 재개한다.

그리스 정부도 7월 1일부터 외국 관광객의 입국을 전면 허용할 방침이다. 그리스는 이날 코로나19로 폐쇄했던 전국 500여개 해수욕장을 일제히 개장했다. 그리스는 지난 4일부터 소매상점 영업을 재개토록 했고, 17일부터는 미사를 다시 시작했다. 18일엔 아크로폴리스를 비롯한 전국 야외 유적지가 문을 연다.

그리스에서 출발하는 유럽 내 국제 항공편 운항도 재개 수순에 들어갔다. 프랑스 파리~아테네 노선 운항이 23일 재개되는 것을 시작으로 이달 말까지 독일 뮌헨과 프랑크푸르트, 스위스 취리히와 제네바, 벨기에 브뤼셀 등으로의 운항도 차례로 정상화될 예정이다.

봉쇄 이후 유럽의 경제 전망은 매우 비관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대비 9.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엔 관광산업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관광 수입은 GDP의 13%를 차지한다.

다른 국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스페인의 관광 수입은 GDP의 15%, 포르투갈은 18%, 그리스는 무려 20%를 차지한다. 가디언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지난 3월 관광 수입이 지난해 3월 대비 각각 95%, 77% 떨어졌다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탈리아 정부는 산업계로부터 최대한 빨리 경제를 재개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아왔으며 콘테 총리가 이번 주에 굴복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유럽 각국이 속속 국경 개방에 나서고 있지만 해외여행 재개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올여름 휴가는 국내에서 보냈으면 한다”며 해외여행 자제 권고를 8월 20일까지 연장했다. 앞서 독일도 해외여행 주의보를 6월 14일까지로 연장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