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앞으론 뉴딜, 뒤로는 삭감’ 난감한 기재부

입력 2020-05-18 00:22

환경과 경제를 모두 잡는 ‘그린(Green) 뉴딜’의 밑그림 작업을 하는 정부가 정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기후변화 논의를 주도하는 녹색기후기금(GCF)에 대한 지원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의 그린 뉴딜 검토 지시에 앞서 기획재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이유로 관련 예산을 삭감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환경 관련 국제기구 지원 예산은 삭감해놓고 뒤늦게 친환경 뉴딜을 강조하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달 2차 추경 편성 과정에서 올해 239억4000만원이었던 GCF 운영 지원 예산을 65억원 삭감했다.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한 지출 구조조정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정부 안팎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GCF는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2013년 설립된 국제기구로 인천 송도에 본부를 두고 있다. 한국이 독일, 스위스 등 서구 국가들과의 유치 경쟁에서 어렵사리 이겨 유치했기 때문에 그동안 정부는 지원에 공을 들여 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2023년까지 GCF에 2억 달러(246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재부도 올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GCF 유치국으로서 GCF 재원보충 예산을 115억원 신규 편성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추경 심사 과정에서 “기재부의 GCF 지원 예산 삭감은 과거 기재부 입장과도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에 ‘그린 뉴딜’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예산 삭감 후 대통령이 삭감된 분야에 공을 들인 셈이어서 기재부는 난처한 상황이다. 더욱이 기재부가 ‘한국형 뉴딜’ 준비 작업을 주도하는 와중에 대통령이 다른 부처에 그린 뉴딜 방안 마련을 촉구, 기재부 공무원들이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국형 뉴딜과 그린 뉴딜 간 정책 혼선 우려도 기재부로서는 신경이 쓰인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