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떠나는 다음세대… 부모가 ‘사랑의 언어’로 풀어야

입력 2020-05-19 00:07
박형은 미국 뉴저지초대교회 목사(왼쪽 두 번째)와 부교역자, 장로들이 지난 2월 교회 실내체육관에서 족구경기 전 손을 맞잡고 있다.

“미국 한인 이민교회의 다음세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 80~90%가 교회를 떠납니다. ‘사일런트 엑소더스’(silent exodus, 조용한 탈출)가 진행 중인 겁니다. 아이들이 교회에서 자라며 부정적인 문화를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미국 뉴저지 놀우드 뉴저지초대교회에서 만난 박형은 목사는 다음세대 신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목사는 한국에서 태어나 10살 때이던 1974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선교사였던 부친을 따라 아르헨티나로 향했다. 이곳에서 2년, 브라질에서 3년을 보내고 15세때부터 미국에서 지냈다. 한인 1.5세의 정서를 가진 것이다.

박 목사는 “한인 2세들은 미국 사회에서 성장하며 정체성 등에 적지 않은 문화적 상처를 받는다”면서 “특히 교회 중직자인 부모가 집안에서 보여주는 모습 때문에 ‘저런 생각을 갖고 믿는 하나님은 안 믿는다’면서 등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미주 한인교회 부흥회를 다니면서 ‘1세대가 똑바로 안 믿으면 자녀들이 지옥에 간다’고 원색적으로 전했다”면서 “성공의 금송아지를 좇으며 하나님 없는 길을 가다 보면 타락밖에 없다는 사실을 부모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포르투갈·스페인어가 가능한 박 목사는 샌프란시스코연합장로교회 영어목회 목사, 나성영락교회 영어교회 담임목사 등으로 한인 2세 영어목회(EM, English Ministry)와 다문화 사역을 했다.

그는 2007년부터 텍사스 빛내리교회를 담임하고 2011년 동양선교교회에 담임목사로 취임했다. 6년간 교회 혼란을 수습하고 2017년 뉴저지초대교회에 부임했다.

박 목사는 “어느 부모나 최대 관심은 자녀 문제”라면서 “세대 차이는 보통 언어와 문화의 차이라 하는데,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관심의 차이라 할 수 있다. 자녀들의 진짜 관심은 부모의 칭찬과 인정, 응원과 격려였다”고 했다. 이어 “영어나 한국어를 배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가 해주는 사랑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뉴저지초대교회는 1985년 평신도 5명이 철야기도회를 갖고 초대교회와 같은 신앙공동체를 세우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조영진(본교회) 이재훈(온누리교회) 한규삼(충현교회) 목사가 한국으로 들어오기 직전 담임했던 곳이다. 조 목사 시절 10년 만에 출석 성도 수가 50여명에서 2400여명으로 급성장했다. 목회 리더십 공백기에 출석 성도가 1500명 선까지 내려갔지만 2005년 이 목사 부임 후 3년 만에 2배로 성장했다.

1997년부터 교회에 출석한 손동우(57) 장로는 “역대 담임 목회자들이 모두 뉴저지초대교회의 상황에 맞게 부흥을 일구고 기초를 세우며 예배당을 건축하고 교회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역할을 하셨다”면서 “지나고 나니 하나님께서 참으로 상황에 맞는 분들을 보내주셨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주민을 위한 복합문화시설로 활용 가능한 교회 건물.

교회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열린 교회, 커뮤니티센터와 같은 교회를 지향하고 있어 예배당보다는 복합문화시설 같다. 교회는 평소 실내체육관과 도서관, 북카페, 세미나실 등 시설을 주민들에게 개방한다. 로비 천정은 유리로 만들어 개방감을 높였다. 다음세대 교육을 위해 교육관과 포트리선교관을 운영한다.

교회는 선교엑스포, 수요여성 성경세미나, 일대일 양육, 큐티모임, 북한선교 기도모임, 기도학교, 목요 중보기도 모임 등 선교와 교육, 훈련, 기도에 집중한다. 교회의 3개 건물에선 365일 큐티모임, 성경공부 등 각종 모임이 진행된다.

차경준(63) 장로는 “뉴저지초대교회의 강점은 기도하는 분들이 많아 연합의 분위기가 잘 돼 있다는 점”이라며 “그렇다 보니 수차례 한국으로 담임목사님을 보내면서도 목회공백기를 잘 넘겼다”고 설명했다.

최치주(59) 장로도 “일시적 분열과 논쟁이 있어도 말씀이 뭐라고 하는지,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분위기, 말씀 안에서 바로 서고자 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보니 화합이 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사사기 시대를 예로 들며 한국교회와 미주 한인교회가 신앙전수에 집중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결국 가정이 건강하게 회복돼야 다음세대를 살릴 수 있다”면서 “사사기 2장 10절 ‘그 세대의 사람도 다 그 조상들에게 돌아갔고 그 후에 일어난 다른 세대는 여호와를 알지 못하며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행하신 일도 알지 못하였더라’는 말씀이 교회의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늘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마크 최(온누리뉴저지교회) 민청(커버넌트펠로우십교회) 노희성(토론토 큰빛교회) 노승환(토론토 밀알교회) 목사 등 한인 1.5세 목회자들과 순회집회를 하며 교역자를 양성하고 있다.

뉴저지=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