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수련에 집중하며 공동체 생활을 하는 전국의 개신교 수도원 14곳이 한국기독교수도원연합회(KACM)를 발족했다. 한국 개신교 130여년 역사에서 수도원들이 연합회를 이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ACM은 기도와 수련을 통해 건강한 초대교회의 부활을 꿈꾸며 교회갱신 운동으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KACM 상임회장을 맡은 김락현(68) 청도수도원 목사는 17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개혁 교회의 신학 정신을 이어받아 예수 그리스도 복음의 순수성 회복을 바라는 전국의 14곳 수도원들이 지난 7~8일 경기도 시흥 성결수도원에 모여 KACM 창립총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보면 강원도 영월의 생태수도원, 경기도 가평의 다일수도공동체, 시흥의 성결수도원 은총수도원 성광수도회 성화수도회 은혜수도회, 경남의 통영수도원, 경북의 청도수도원, 대구의 대구수도원, 인천의 강화수도원, 부산의 부산글라라수도원, 전북 남원의 동광수도원, 충북의 충주봉쇄수도원 등이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새로운 교회운동과 새로운 영성운동의 일환으로 KACM을 출범하게 됐다”면서 “매월 둘째 주에 전국 14곳 수도원에서 돌아가며 모임을 진행하고 개신교 수도회에 필요한 자체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수도자영성대학원대학 과정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수도자영성대학원대학 과정은 비인가과정이지만, 5학기로 진행되며 논문 심사도 한다. 수도원 입소자를 중심으로 현재 40여명이 공부를 시작했다고 김 목사는 밝혔다.
김 목사는 “청빈 순명 정결이 수도자 생활의 3요소”라고 강조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며 물질적 욕망에서 벗어난 청빈, 하나님 말씀과 공동체 수도자 상호 간에 순종을 뜻하는 순명, 개인은 물론 가정의 성화(聖化)를 이루는 정결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독신자 위주의 가톨릭과 달리 가정이 함께하는 수도 공동체도 있다고 김 목사는 설명했다.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는 지난 7일 창립총회에 참석해 “수도자는 복음을 더 철저히 온몸으로 살려고 하는 그리스도의 제자”라며 “척박한 개신교 토양에서 존경은커녕 이해받지도 못하는 현실 속에 이미 청빈 정결 순명의 삶을 사셨던 분들의 신앙이 눈물겹게 아름답다”고 축사했다. 최 목사는 이어 “감히 수도자가 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수도자적인 삶을 살고 싶은 영적인 갈망만은 포기하지 않겠다”면서 “그리스도를 본받는 삶에 더욱 충실하며 서로를 격려하자”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