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책임 없는 척”… 트럼프 또 때린 오바마

입력 2020-05-18 04:04
사진=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사진) 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대처와 관련해 “책임 없는 척을 한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해 “완전한 혼돈의 재앙”이라고 비난한 후 8일 만에 ‘트럼프 때리기’를 재개한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78개 흑인대학 연합체(HBCU) 소속 2만7000여명의 졸업생들에게 화상으로 전한 축사에서 “이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통해 책임을 가진 수많은 사람이 자기 할 일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산산조각이 났다”면서 “그들은 심지어 책임이 없는 척을 한다”고 주장했다.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현 미국 정부를 강력하게 비난한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세상이 더 좋아지는 것은 여러분에게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월 조깅하다 공사장 도둑으로 오인받아 백인 부자(父子)의 총격에 숨진 흑인 청년 아머드 아버리 사건을 거론하며 “코로나19 사태는 흑인사회가 역사적으로 이 나라에서 겪고 있는 근본적인 불평등과 추가적인 부담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또 졸업생들을 향해 “여러분 주변의 사람들이 배고프고 아프다면 당신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우리 사회와 민주주의는 우리가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생각할 때에 한해 작동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트럼프 비판과 흑인 표심 결집에 나서면서 이번 대선이 ‘트럼프·오바마 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8일 집권 시절 백악관과 행정부에서 같이 일했던 약 3000명의 사람들과 가진 전화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해 “완전한 혼돈의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게이트’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역공에 나섰다. ‘러시아 스캔들’이 오바마가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조작한 정치공작이라는 주장을 또다시 꺼내든 것이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 법사위가 미 연방수사국(FBI)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대해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내가 상원의원이나 하원의원이었다면 가장 먼저 불렀을 사람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라며 증인 소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오바마 전 대통령은 “투표하라”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며 맞받아쳤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