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이 금융주 버렸다”… 세계 금융시장 ‘벌벌’

입력 2020-05-18 04:09

“버핏이 골드만삭스를 버렸다. 이제 정말 걱정해야 할 시간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90·사진)이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보유지분을 대부분 매각했다고 전해진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의 한 칼럼니스트는 이렇게 진단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항공주에 이어 은행주까지 팔아치운 버핏의 행보를 보면 그가 세계경제를 훨씬 더 어둡게 전망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버핏이 이끄는 투자사 버크셔해서웨이는 3월 말 기준 골드만삭스 보유지분의 84%가량을 매각했다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했다. 보유 주식 수는 지난해 1200만주에서 190만주로, 시장가는 28억 달러(3조4000억원)에서 3억 달러(3700억원)로 대폭 줄었다. 올 1분기 골드만삭스 주가는 33% 급락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JP모건체이스 보유지분을 약 3% 줄이는 등 다른 은행주도 팔아치웠다.

골드만삭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버핏 회장이 ‘통 큰 투자’를 한 회사인 만큼 이번 매각은 금융계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당시 버핏 회장은 “50여년 전 나와 첫 거래를 한 골드만삭스에 앞으로 중요하고도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며 50억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이랬던 버핏 회장이 최근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은행주까지 매각하자 코로나19 이후 세계 금융시장에 대한 비관론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WP는 “버핏은 2주 전 코로나19를 포함한 어느 것도 미국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지만, 골드만삭스 매각 이후 이 말은 점점 믿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버핏의 행동은 분명 더 심한 고통이 남아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버핏의 골드만삭스 매각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가가 당분간 주식시장에서 한발 물러서겠다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버핏은 이달 초 “2008년 금융위기 때 우리의 ‘경제 열차(economic train)’는 선로를 잠시 이탈한 것에 불과하다면 지금 이 열차는 궤도에서 끌어내져 옆으로 밀쳐진 상태”라며 코로나발 위기의 심각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