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3일 근무로 연명, 고통스럽다” 자동차 협력사 잔인한 5월

입력 2020-05-18 00:16

국내 완성차의 수출길이 막히고 공장 문까지 닫으면서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협력사의 피해도 심각해지고 있다. 협력사들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휴업이 늘어 생사기로에 몰렸지만 정부의 기업 구제대책은 나아진 게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경기도 안성 소재 2차 협력사에서 근무하는 A씨는 17일 한숨을 내쉬었다. 이달 초 황금연휴가 끝난 뒤에도 공장이 문을 계속 닫는 처지에 놓여서다. 이 협력사는 지난달 초만 해도 70% 수준의 공장 가동률을 유지했지만 이달부터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A씨는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연차를 내거나 주3일 근무 형태를 이어갈 것 같다”며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5월에는 쉬는 날이 더 많을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우리 회사는 조금씩 공장을 돌리지만, 진짜 사정이 나쁜 회사의 동료들은 ‘이제 그만 쉬고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지난달 말부터 기약 없이 문 닫은 곳도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 13일 자동차산업연합회 ‘코로나19 기업애로지원센터’가 실시한 3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동차 업계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이달 현재 국내 완성차 공장의 가동률은 60% 수준이다. 앞선 두 차례 실태조사에서 80% 수준을 유지했는데, 5월 연휴와 맞물려 수출이 급감하면서 가동률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완성차 업체의 고전에 부품을 만드는 협력사의 사정도 덩달아 나빠졌다. 부품업체들은 지난달까지 60~70%의 공장 가동률을 유지했지만 지금은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하위 협력사로 갈수록 상황이 심각하다. 1차 협력사는 평균 60%의 가동률을 보였지만 2차 협력사는 30% 수준에 그쳤다.

공장이 멈추면서 매출 감소폭도 늘고 있다. 1차 협력사는 25~50%, 2차 협력사는 60%로 집계됐다. 지난 두 달 동안 기존에 접수한 물량이 있어 매출 감소를 30% 수준으로 막았는데, 이달 들어서는 절반 이상 떨어진 협력사들이 속출하면서 매출 손실 누적으로 인한 유동성 문제와 직면한 상태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1차 협력사 관계자 B씨는 “휴업과 임금 삭감 등 조치를 취해 살길을 찾고 있지만 완성차 공장이 쉬면 우리도 답이 없다”며 “정부가 어려운 기업을 지원해준다고 계속 대책을 내놓는 것 같긴 한데 솔직히 협력사 입장에서 지금까지 와닿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협력사의 휴업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품을 받는 완성차 공장들이 휴업 계획을 갖고 있어서다. 협력사에서 주3일 근무, 연차 사용 권장 등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아예 한 달간 통째로 쉰 협력사도 있다.

완성차 업체의 해외 공장들은 대부분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아직 생산 정상화 단계는 아니다. 이에 협력사들도 공장을 정상 가동하기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장은 “자동차산업이 큰 위기에 처해 있는 만큼 현장 유동성 적기 공급, 해외 현지법인 금융특별대책 마련 등 특단의 대책 시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