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잠 깬 유럽축구… 이재성, 첫 포문 열었다

입력 2020-05-18 04:10
분데스리가 2부 홀슈타인 킬 소속의 이재성이 16일(현지시간) 독일 레겐부르크에서 열린 26라운드 얀 레겐부르크와의 원정경기에서 전반 3분 골을 넣은 뒤 코로나19 사태에 헌신한 의료진에게 감사하는 의미의 ‘덕분에 챌린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 골은 독일에서 리그 재개 뒤 첫 득점이었다.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멈춰있던 유럽 프로축구가 오랜 잠에서 깼다. 유럽 주요리그 중에서는 처음으로 독일 1부 분데스리가와 2부 분데스리가가 재개되면서 현지의 한국인 선수들도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가대표팀 미드필더 이재성(27)은 리그 재개 뒤 프로축구 전체를 통틀어 첫 득점포를 쏘아올리며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분데스리가 2부 홀슈타인 킬 소속의 이재성은 16일(현지시간) 독일 레겐부르크에서 열린 26라운드 얀 레겐부르크와의 원정경기에서 전반 3분 코너킥으로 날아온 공을 주장 하우크 바흘이 가까운 골대 쪽에서 헤딩으로 넘겨주자 이를 반대편에서 상대 수비 경합을 이겨내며 쇄도해 오른발로 골망에 차넣었다. 경기의 선제골이자 이날 열린 모든 경기를 통틀어 가장 먼저 기록된 골이었다.

이재성은 득점 직후 국내 프로축구 K리그1 개막전에서 화제가 된 ‘덕분에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의료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재성은 이후 후반 13분에도 동료 핀 포라스의 추가골로 이어지는 패스로 도움까지 기록하는 만점 활약을 펼쳤다. 다만 팀은 이후 2골을 허용해 2대 2로 비겼다. 해당 경기에서는 같은 팀의 한국인 수비수 서영재(24)도 후반 교체출전했다.

같은 날 역시 분데스리가 2부 다름슈타트 소속 미드필더 백승호(23)는 카를스루에 SC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출장해 후반 16분까지 경기를 소화한 뒤 교체됐다. 팀은 0대 2로 졌다. 1부 분데스리가 프라이부르크 소속 미드필더 권창훈(25)은 RB 라이프치히와의 원정 경기 교체명단에 포함됐으나 잔디를 밟지는 못했다. 마인츠 05 소속 공격수 지동원(28)은 다음날인 17일 FC 쾰른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분데스리가에서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유망주 엘링 홀란드(19)가 첫 축포를 터뜨렸다. 홀란드는 소속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이날 샬케 04를 상대로 홈구장 지그날이두나파크에서 벌인 라이벌전 ‘레비어 더비’에서 전반 29분 오른편에서 동료 토르가 아자르의 크로스를 달려가며 그대로 차넣었다.

분데스리가가 열린 건 지난 3월 리그가 중단된 지 약 2개월만이다. 시장 규모 면에서 가장 큰 유럽의 프로축구 주요리그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모두 중단된 상태라 재개 자체가 지니는 의미가 크다. 유럽 각 리그가 자신들과 비슷한 시스템과 일정을 갖춘 분데스리가의 재개 방식을 모방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AFP통신은 브라질과 멕시코 등 축구 인기가 높은 중남미 국가에서도 분데스리가 중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열린 각 경기에서는 일정 압축으로 인한 선수들의 체력 소모를 우려한 세계축구연맹(FIFA) 권고에 따라 5명 교체가 허용됐다. 먼저 재개된 K리그는 일정 자체를 축소했기 때문에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 선수단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선수단을 버스 여러 대에 나눠타도록 한다. 교체선수와 코치진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경기장 주변에는 경찰 인력이 배치돼 팬들이 결집하는 걸 미리 방지한다.

분데스리가에서 리그 8연패에 도전하는 선두 바이에른 뮌헨은 16일 기준으로 1경기를 덜 치른 채 도르트문트에 1점차로 앞서고 있다. 분데스리가 2부에서 한국인 선수가 뛰는 구단들은 아직까지 승격권과는 가시적으로 거리가 있는 상태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