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신드롬 남기고 종영… 英 원작 제작진도 축전

입력 2020-05-18 04:05
JTBC ‘부부의 세계’ 최종회가 시청률 28.4%를 기록하면서 비지상파 최고 수치를 갈아치웠다. 사진은 왼쪽부터 극 중 지선우(김희애), 이태오(박해준), 이준영(전진서)의 모습. JTBC 제공

작은 균열은 곧 관계의 붕괴로 이어졌다. 그렇다고 파국은 아니었다. “마지막 회는 깊은 여운을 남길 것 같다”는 제작진의 말처럼 모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모두 잃은 이태오(박해준)는 다시 시나리오가 가득 든 커다란 가방을 멨다. 이준영(전진서)은 긴 방황 끝에 집으로 돌아왔고, 지선우(김희애)는 그런 아들을 감싸 안았다. 여다경(한소희)은 미술공부를 시작했고, 고예림(박선영)과 손제혁(김영민)은 금이 간 신뢰를 부여잡지 않기로 했다. 모두 다시 출발선이었다.

16일 방영된 JTBC ‘부부의 세계’ 최종회 시청률은 28.4%(최고 31.7%)를 기록했다. 비지상파 드라마 중 최고다. 시작부터 끝까지 파격이었지만, 결말은 잔잔했다. 선우와 태오는 부부로 얽혔던 사슬을 겨우 끊어냈다. 자신의 세계를 지키려 죽을 힘을 썼던 선우는 마지막까지 사랑과 관계의 본질을 짚어내며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작품의 인기를 견인하는 것은 단연 김희애의 연기였다. 그는 “선우를 둘러싼 상황을 이해하면서 홀로 고독했다”며 “희로애락이 담긴 작품을 만나 치열하게 슬펐고 애틋했다”고 말했다. 김희애는 오롯이 선우였다. 특히 태오의 생일파티 장면에서 감정이 몰아쳤다. 둘러싼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알게 된 후 그는 “남편보다 지인들의 배신을 마주할 때 충격이 컸다”며 “혼란과 슬픔이 밀려와 감정에 휩쓸렸다”고 전했다. 엄마로서의 선우의 모습에는 아쉬움도 남았다. 그는 “선우는 아들을 끔찍하게 사랑하지만 좋은 엄마는 아니었다”며 “위태로운 관계에서 아들을 헤아리지 못했고 이혼을 위해 그 마음을 이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부의 세계’ 신드롬은 전 세계로 향했다. 원작 BBC ‘닥터 포스터’ 제작진은 최종회를 앞두고 축전을 보내 “최고의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특히 이혼 후 여성의 삶을 성공적으로 펼쳐냈다고 칭찬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도 지난 8일(현지시간) 원작과 ‘부부의 세계’를 비교 분석했다. 에피소드는 비슷하지만 ‘부부의 세계’가 불륜극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고 봤다. 특히 한국 사회의 성차별을 담으면서 이야기를 확장했다고 평가했다. 직장 승진을 두고 “여자는 이래서 안 돼” 식의 성차별적 발언을 언급하면서 “만연한 성차별에 대한 공감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남자 주인공의 고정관념도 깼다. 가디언은 “남편은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아내는 그를 보필하던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와는 다르다”고 전했다. 불륜 클리셰도 깼다. 선우가 김윤기(이무생)의 조력을 받긴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주변인물이었고 중심은 홀로 잡았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었다. 이혼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적나라하게 녹였다. 선우는 병원장과 일적으로 만났지만 “이혼녀와 사석에서 만나는 것을 누가 좋게 보겠냐”는 식의 말을 들었다. 가디언은 “선우가 이혼으로 비난 받는 장면들은 이혼 후 백만장자의 사랑을 받는 다른 드라마와 달리 매우 현실적”이라고 표현했다.

한계도 지적된다. 가디언은 “이혼 여성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리긴 했으나, 이혼은 인생의 큰 흠이라는 구시대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요즘 한국에서는 이혼이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성인지감수성 비판도 일었다. 괴한이 선우를 폭행하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괴한의 1인칭 시점이었다. 무차별적 폭력 전시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다. 가디언 역시 여성 폭력을 경시하는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