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막았더니 수은 배출도 확 줄었다

입력 2020-05-18 04:06
지난해 1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노후석탄발전 폐쇄 캠페인 선포 기자회견’에서 환경운동연합 회원이 ‘미세먼지 out’이란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석탄화력발전소의 미세먼지 원인 물질 배출허용 기준을 강화한 이후 수은 배출량이 84%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석탄 1t을 연소할 때 나오는 수은 배출량이 올해 2.86㎎/t로, 2007년(14.7㎎/t)보다 84% 감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수은은 상온에서 유일한 액상 상태인 백색 금속이다. 주로 산업시설에서 수은을 함유한 석탄 이용 등으로 대기 중에 방출된다. 대기 중 수은화합물은 원소수은(Hg0), 산화수은(Hg2+), 입자상수은(Hgp)의 3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인지·운동능력 장애, 태아 발육 지연 등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기 중 수은은 바다, 호수, 강으로 흘러 들어가 메탈수은(CH₃Hg)으로 변환한 뒤에도 어패류와 같은 수중생물의 생체 내에 축적된다. 이 어패류를 사람이 섭취하면 수은 중독을 일으킬 수 있어 위험하다.

과학원은 원소수은을 물에 잘 녹고 반응성이 좋은 산화수은으로 전환해 제거한 미세먼지 대응정책이 대기 중 수은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2008년부터 5차례에 걸쳐 석탄발전소의 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황산화물 배출허용 기준을 강화했다. 그 결과 2018년 기준 미세먼지 연간 배출량이 10년 전보다 약 3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연간 배출량은 각각 61%, 40%가량 줄었다.

과학원 관계자는 “원소수은은 기존 방지시설에서 반응이 없어 제거가 어려웠지만 질소산화물 제거를 위한 방지시설에서는 산화수은으로 쉽게 전환돼 입자상물질 제거 설비와 습식방지설비에서 함께 제거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 기준 강화는 대기오염방지시설 수은 배출량의 획기적인 감축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세종=최재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