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일으킨 ‘고용 쇼크’도 농림어업은 비켜 나갔다. 지난 3월부터 취업자 수가 줄기 시작했는데도 농림어업은 매월 7만~13만명 수준의 고용 증가 폭을 보였다. 이를 두고 불황형 실직자들이 1차 산업 종사자로 유입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다만 그때와는 달리 ‘비대면 직업’을 선호하는 현상이 한몫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4월 농림어업 취업자 수는 각각 전년 동월보다 13만4000명, 7만3000명 늘었다. 증가 폭이 두드러진다고 볼 수는 없지만 시점을 고려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코로나19 여파가 고용시장에 반영된 3월의 경우 전체 취업자 수는 19만5000명 감소했다. 지난달에는 감소 폭이 47만6000명까지 커졌는데도 농림어업 분야만은 증가세를 유지한 것이다. 사회적 수요가 많은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을 제외하면 농림어업처럼 취업자가 늘어난 업종은 찾아보기 힘들다.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친 악영향이 반영된 현상으로 읽힌다. 국제통화기구(IMF)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2%를 기록할 거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전 세계가 마주한 경기 침체 현상이 반영됐다. 일자리를 잃은 이들은 진입하기 쉬운 직업으로 몰리게 된다. 농림어업이 대표적인 분야다.
1997년 11월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었다. 당시 감소세를 이어가던 농림어업 취업자 수는 1998년 1월에 증가세(4000명)로 전환했다. 이후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많을 때는 전년 동월 대비 20만명 이상 취업자 수가 늘어난 달도 있었다. 2008년 9월에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파가 한국을 덮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농림어업 취업자 수는 2008년 11월에 전년 동월보다 6만3000명이 늘더니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었다. 외환위기보다 취업자 수가 늘어난 기간이 짧기는 했어도 양상 자체만 놓고 본다면 판박이 수준이다.
이번에도 비슷한 현상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다만 과거와 다른 점은 전염병이 원인이라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사람들과 대면할 일이 적은 농림어업을 선호하는 현상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을 중심으로 농림어업 취업자 수가 늘었다. 상대적으로 비대면에 가까운 업종을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