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를 놓고 의료계는 다소 온도차를 보였다. 국민 건강에 경제적 논리를 개입시키면 안 된다는 강경론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일정 부분 현실적으로 진행된 만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이 엇갈렸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환자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없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진으로 인한 피해를 놓고 책임 소재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격의료는 원양어선이나 격오지 등 대면진료가 불가능한 곳이나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접촉하면 위험해지는 감염병 특성상 비대면 진료를 자구책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했던 것인데 이를 원격의료에 대한 국민의 호응이 높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며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원격의료의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반면 방성민 대한병원협회 기획정책국장은 “병원에서의 감염 우려 등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전화진료와 같은 비대면 진료가 이뤄지는 것이지 진료 원칙 자체가 바뀌는 게 아니다”며 “의료서비스 공급체계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했을 때 또는 사태 이후 포스트 코로나에서 이것을 제도화할 것인지 정부와 의료계가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시대의 흐름을 보면 비대면 진료가 도입될 수밖에 없다는 방향성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시스템과 수가 등 모든 게 준비된 상태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만성질환자에게 이전과 동일한 약을 처방했다고 해도 환자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지거나 하면 책임 소재 문제가 생겨 의사 입장에선 (원격의료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며 “환자의 얼굴을 보며 진료할 수 있는 화상 시스템과 같은 장비 구축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전화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지난 2월 24일부터 지난 10일까지 3853곳의 의료기관에서 26만2121회의 전화상담 및 처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서 발생한 진료비는 총 33억7437만원에 달했다. 정부는 전화진료가 대면진료보다 난도가 높고 별도 인력과 추가 장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전화진료를 시행한 경우 진찰료 외에 ‘전화상담관리료’를 진찰료 30% 수준으로 추가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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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최예슬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