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교회사 연구 계속… 과거사 정립에 헌신”

입력 2020-05-18 00:05
박명수 서울신학대 명예교수가 지난 13일 경기도 시흥 하우로의 한 카페에서 은퇴 후에도 한국교회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시흥=강민석 선임기자

박명수 명예교수가 지난 13일 경기도 부천 서울신학대에서 정년퇴임 기념예배를 드렸다. 박 교수는 성결운동 및 복음주의 교회의 역사와 신학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교수는 이날 경기도 시흥 하우로의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학교에서 26년간 연구한 내용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삶을 생각하는 좋은 기회로 삼을 것”이라며 “은퇴 후 한국 근현대사와 기독교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성결대 신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신대에서 신학석사, 미국 보스턴대 대학원에서 교회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서울신대 전임강사로 교단에 선 그는 후학을 양성하며 150여편의 논문을 발표한 다작(多作) 학자다.

박 교수는 자신의 학문 활동을 총괄하는 핵심 키워드로 ‘정체성’을 꼽았다. 그는 “성결교회의 정체성을 찾는 데서 학문을 시작했고 이것은 한국교회의 정체성, 나아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갔다”며 “성결교회의 정체성은 19세기 미국의 성결운동에 있었고, 한국교회의 정체성은 근대 복음주의,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자유 민주주의에 있다. 세 가지가 따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기적 관계”라고 밝혔다.

그는 96년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를 설립해 19세기 미국의 성결운동이 20세기 한국성결교회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연구했다. 연구소가 2007년 ‘한국성결교회 100년사’를 편찬하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2012년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조직에 참여해 미션스쿨의 종교교육, 동성애 문제, 사회복지법인의 종교활동, 역사 교과서 기독교 서술의 공정성 문제 등을 다뤘다.

박 교수는 “성결교회, 한국교회사, 한국 근현대사를 연구할 수 있었던 것은 시기마다 좋은 동역자들을 만나 연구할 수 있었던 덕분”이라며 “연구소를 후원해 주신 많은 분과 교회에 진 마음의 빚은 평생 잊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의 바람은 한국교회사 연구가 교회 안에만 머물지 않고 세상과 소통하며 세상에 구현되는 것이다. 이 같은 취지로 ‘기독교와 근대화 연구 모임’을 만들어 각각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을 전공한 교수 10여명과 역사를 공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근대사와 기독교’를 출간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념 갈등 등으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과거 역사를 바로 정립하는 것은 미래 대한민국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일이다. 앞으로 이 일에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시흥=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