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에서 5명이 정년 연장되면 20대 이하 청년 1명의 고용 감소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인구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정년 연장의 목소리도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청년 고용 등을 고려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한요셉 연구위원은 14일 발표한 ‘정년 연장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에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앞서 2016년부터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 사업장에서도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정년을 일률적으로 연장하는 것이 노동비용 증가로 이어져 민간사업장의 고용까지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우선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DB) 정보를 활용해 사업체 단위로 패널 데이터를 구축, 정년 연장에 따른 연령별 고용 변화를 분석했다. 특히 55~60세 근로자 수가 비슷하지만 정년 연장의 수혜자가 많은 사업체에서 제도 시행 전과 후에 각 연령별 고용 변화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민간 사업체(종사자 수 10~999인)에서는 정년 연장 예상 수혜자가 1명 늘 때 55~60세 고령층 고용은 약 0.6명 증가한 반면 15~29세 청년층 고용은 약 0.2명 감소했다. 종사자 수 100인 이상 규모가 큰 사업체일수록 고령층 고용 증가 효과와 청년층 고용 감소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또 기존 정년이 55세였던 사업장에서 58세 이상이었던 사업장보다 청년층 고용이 더 크게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년 연장이 청년층보다는 고령층에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뜻이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청년의 고용 지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달 15~29세 청년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24만5000명 줄었다. 반면 정부의 공공 일자리 영향 등으로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27만4000명 늘었다.
다만 민간 사업체와 달리 공공기관에서는 정년 연장 이후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이 모두 증가했다. 공공기관의 경우 이미 정년 60세 이상 의무화 이전부터 청년 고용 의무가 부과돼 있었고, 임금피크제도 2015년부터 시행돼 왔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감된 인건비가 청년층 신규채용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다만 고령과 청년 외에 40대에서 고용이 감소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KDI는 “해당 연령대에서 결원이 발생할 때는 충원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정년 연장의 시행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요셉 연구위원은 “정년을 한꺼번에 큰 폭으로 증가시키는 방식은 민간기업에 지나친 부담으로 작용해 명예퇴직, 권고사직, 신규채용 감소 등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사회적 합의로 정년 연장이 결정되더라도 충분히 긴 기간에 걸쳐 정년 연장을 단계적·점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