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메트로폴리탄 대신해 향군상조회 인수”

입력 2020-05-15 04:05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연합뉴스

재향군인회상조회를 인수한 후 자금을 횡령한 의혹을 받는 김봉현(46·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메트로폴리탄이 하려던 상조회 인수를 내가 대신하게 됐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회장과 사실상 동업 관계였던 메트로폴리탄 김모(47) 회장의 행적을 추적 중이다.

1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회장은 지난해 말 상조회 인수에 나설 때 ‘메트로폴리탄이 상조회 인수에 공을 많이 들였는데 사정이 생겨 내가 대신 진행하게 됐다’는 취지로 주변에 말했다. 메트로폴리탄은 지난해 11월 상조회 인수에 나섰지만 라임자산운용과 관계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인수에 실패했다. 이후 김 전 회장이 컨소시엄을 꾸려 지난 1월 상조회 인수에 성공했다. 향군 측은 컨소시엄이 김 전 회장과 관계가 있었다는 건 전혀 몰랐다고 한다.

검찰은 김 전 회장 이외에 또 다른 배후 인물이 인수를 주도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지난 2월 메트로폴리탄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메트로폴리탄 김 회장이 인수에 나섰던 과정도 복원하고 있다.

김 회장은 현재 검찰 수사를 피해 잠적했다. 국민일보가 등기에 올라 있는 서울 마포구 메트로폴리탄 사무실을 찾았지만 해당 건물에 사무실로 보이는 공간은 없었다. 검찰은 김 전 회장과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검거됐지만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서는 김 회장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본다. 메트로폴리탄은 앞서 라임으로부터 3000억원을 투자받아 필리핀 리조트 인수, 서울 서초구 오피스텔 개발 등에 사용했다. 하지만 투입 자금 대부분이 회수가 불가능한 상태로 평가된다. 검찰은 김 회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경찰청을 통해 인터폴 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검찰은 우선 김 전 회장과 함께 향군상조회 인수를 주도했던 공범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남부지법 성보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를 받는 H사 장모 대표 및 박모 전 향군상조회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 대표는 향군상조회 부회장으로, 김봉현 전 회장은 향군상조회 회장으로 불려왔다고 한다. 다만 김 전 회장은 향군상조회 사무실에는 온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향군상조회 인수 과정에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향군은 보도자료를 내고 “어떤 세력도 매각 과정에서 로비를 하거나 업무에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스타모빌리티 이모 대표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광주MBC 사장 출신인 이 대표는 앞서 김 전 회장이 스타모빌리티 자금을 횡령했다며 검찰에 고소했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의 혐의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16년 김 전 회장에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소개해줬고, 김 전 회장은 해당 의원에게 ‘맞춤 양복’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