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소형이지 덩치는 커요… 소형 SUV ‘3차 대전’ 후끈

입력 2020-05-15 00:13

더 뜨거운 경쟁이 시작된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국내 시장에서 ‘3차 대전’에 돌입했다.

각 제조사는 코로나19로 판매난을 겪는 시기에 고객들의 선호에 발맞춰 몸집을 키운 소형 SUV 모델을 줄줄이 출시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판매 실적을 고려했을 때 소형 SUV 시장의 승자가 내수에서도 우위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소형 SUV들의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각 모델의 특징은 기존보다 덩치를 키워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는 점이다.

기아자동차 셀토스는 지난해 출시 후 3만2000대가 팔리며 국내 소형 SUV 시장의 새 강자로 올라섰다. 준중형급에 버금가는 크기로 출시돼 “영역을 파괴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자 올 1월 한국지엠은 비슷한 크기의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를 출시했다. 지난 3월에는 르노삼성자동차가 세련된 쿠페형 스타일에 큰 차체를 자랑하는 XM3를 내놓았다.

셀토스는 지난 1~4월 누적 판매 1만8009대를 기록하며 왕좌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경쟁 모델들의 추격이 매섭다. 트레일블레이저는 내수·수출에서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XM3는 지난달 6276대가 팔려 셀토스를 제치고 동급 월간 판매 1위로 올라섰다.

여기에 르노 캡처도 참전을 선언했다. 캡처는 르노삼성차 QM3의 후속 모델로 전장과 전폭이 각각 105㎜, 20㎜ 늘었다. 국내에선 경쟁 차보다 몸집이 작은 게 흠이었는데 이를 보완한 것이다. 동급에서 보기 힘든 어라운드 뷰 모니터 시스템 등 각종 편의·주행 기능을 기본 탑재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싸움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소형 SUV 시장에서 초반 주도권을 잡았던 쌍용자동차 티볼리는 재기를 노리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달 첨단사양을 적용한 리스펙 모델 출시에 이어 지난해 단종했던 티볼리 에어를 올 하반기 재출시할 계획이다. 기존 티볼리에 적재·실내 공간 등을 넓힌 롱보디 버전이어서 기대가 크다.

또 다른 강자인 현대자동차 코나도 물밑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코나는 연이은 신차 출시에 잠시 가려졌지만 지난달에도 4000대 수준의 판매를 유지하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현대차 역시 올 하반기 코나의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소형 SUV 시장은 2013~2015년 한국지엠 트랙스를 시작으로 QM3, 티볼리가 잇달아 출시되면서 1차 대전을 치렀다. 티볼리가 2015년 출시 첫해 4만5000대를 팔아 왕좌에 등극했다. 2017년에는 현대차 코나와 베뉴, 기아차 스토닉 등 신차에 동급 부분변경 모델의 출시로 2차 대전이 벌어졌다. 그해 코나는 2만4000대, 2018년 5만대가 팔리며 시장의 터줏대감이 됐다. 올해는 트레일블레이저, XM3까지 가세해 국내 동급 차종은 총 10개로 늘었다.

소형 SUV의 흥행 여부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완성차 업체들에 꽤 중요한 문제다. 실제로 올 1분기 내수 실적을 보면 소형 SUV가 인기를 끈 업체들은 내수 판매에서 선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 SUV가 몸집을 키운 것은 차체가 작은 편에 속하더라도 넓은 실내·적재 공간을 찾는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와 한국 자동차 문화의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