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불확실하고 중대한 경기 하방 위험이 올 수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미국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화상 연설에서 세계 경제의 ‘2차 침체’ 우려를 내비쳤다.
파월 의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추가 부양책이 필요할 수 있다”며 “바이러스 통제 후에도 경제 회복은 기대보다 느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투자심리가 무너지면서 미국 뉴욕 3대 증시는 급락했다. 다우존스지수는 2.17% 내린 2만3247.97로 사흘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1.75%, -1.55%를 기록했다.
세계 경제기구 수장들의 잇따른 ‘경기 비관론’은 글로벌 증시 반등세를 주춤하게 만들었다. 코로나 타격을 입은 실물경제의 회복 속도가 투자자들의 과도한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다.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경제 상황에 따라 각국 정부의 부채 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올 상반기에 경험한 기록적 불황의 충격에서 회복하기까지 적어도 2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반등세도 한풀 꺾인 상황이다. 14일 코스피지수는 15.46포인트(0.80%) 내린 1924.96에 마감했다. 지난달 말 이후 줄곧 1900선에 머물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셀트리온 등 이른바 언택트(비대면) 수혜주의 상승세와 항공·조선·금융 등 기존 우량주의 침체가 엇갈리면서 전체 지수의 반등 동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의문이 높아지면서 증시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실적에 비해 주가가 너무 고평가돼 있다는 ‘거품론’도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헤지펀드인 아팔루사매니지먼트 데이비드 테퍼 회장은 13일(현지시간) “지금 주식시장은 1999년 (IT 버블) 이후 두 번째로 고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업계의 큰손인 스탠리 드러켄밀러도 “주식시장의 위험에 비해 얻을 수 있는 보상의 수준이 역대 가장 낮다”며 “미국 경제의 V자형 회복 가능성은 ‘환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현재 2820선인 S&P500지수는 향후 3개월간 2400선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